오소마츠상/절연

[이치카라] 절연-2

누군가라네 2015. 11. 11. 08:46
※개인적 캐해석
※폭력 주의
※과거 날조 주의


모텔은 그렇게 낡아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운이 좋았다 해야하나. 아니면 혼자 왔으니까 손님이 잘 안묵는 방을 내준 건가. 이치마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다. 아까 전 생각을 이어 갈 참이었다. 어디까지 했더라?


"조, 좋아! 이 형님이 위로해주마!"

그때 카라마츠는 그렇게 대답했다. 이치마츠는 그 대답이 들려오자마자 거리낌없이 카라마츠의 뺨을 주먹으로 때렸다. 반대쪽도 때렸다. 몇 번 그렇게 반복하니, 딱히 힘을 실어 때리지 않았음에도 카라마츠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등골이 오싹했다.
카라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걸 정말 위로라고 생각하는 건지 말없이 맞아주고만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때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를 발로 밟았다. 강하게 등을 찼다. 비명조차 없었다.

"이, 제 좀. 화가 풀렸냐? 이치마츠."

실컷 때리다 제풀에 지쳐 주저앉았을 때, 엉망이 된 얼굴로 카라마츠가 물어왔다. 이치마츠는 멍하니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 카라마츠는 어떻게 했지? 도망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그렇다면 더 때려라! 라고 소리치며 양 팔을 벌렸다. 그때 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크윽."

카라마츠가 처음으로 낸 고통에 찬 소리였다. 이치마츠는 숨을 몰아쉬며 엎어진 카라마츠를 내려다 보았다. 토기가 올라왔다. 온 몸이 떨려왔다. 그 뒤로 카라마츠를 피했다. 자신에게 아무 말 없이 맞아주는 카라마츠가 무서워서, 자신이 그 예전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같이 될까 두려워서.
하지만 이 바보같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밀어내려 할수록 다가왔다.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며 공감대라도 형성하려는 듯 고양이를 돌봐주었다. 이치마츠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기만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모질게 굴었다. 때리고, 밀치고, 굴리고. 그럴 때마다 카라마츠는 형이니까 다 받아주겠다며 괜찮다고 말했다. 자신은 그것에 안심하며 더 편하게 그를 때렸다. 구역질이 났다. 카라마츠를 때리고 난 뒤에 어차피 아무 말 안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보면 토기가 올라왔다. 자신도 예전 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음에 소름 끼쳤다.


"하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진 않았다. 딱히 피울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눈을 굴려 근처 탁자 위를 보니 재떨이가 놓여져있었다. 이치마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해가 져물고 있는 건지 방 안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아."

붉다. 토기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입을 가렸다. 내가 잘못한 거다.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다리를 모아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잘못한 거야. 그때 때리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카라마츠가 괜찮다고 했어도 그래선 안되는 거였다.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오늘 아침도 별반 다를 바 없는 날이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손을 끌고서 밖으로 나왔다. 그 손을 뿌리치려했지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카라마츠의 손은 단단히 이치마츠의 손을 옭아맸다.

"있잖냐, 이치마츠."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손을 놓아준 것은 거의 시내가 근접해서였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카라마츠를 노려보았고, 카라마츠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난 말이다."

그때 카라마츠가 뭐라고 했더라?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이 깨진 것처럼 지직거리면서 그 부분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 뒤에 난? 이치마츠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웃기지 말라고, 거짓말 치지 말라고.

"내가 괴로워 하는 걸 보면서 웃었지? 그렇지? 악질적으로 괴롭힌 거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의심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밀쳤다. 웃기지 말라며 온 힘을 다해 강하게 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떠올리고싶지 않다. 떠올려야 할 말은 떠오르지 않고, 떠올리고싶지 않은 것은 아주 또렷하게 떠오른다. 왜 아침에 그런 차가 그곳을 지나갔는가. 운이 나빴다고 해야할까?
자신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죽일 생각이 아니었다.


"흐윽, 윽."

눈물이 난다.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눈물이 흐른다. 자신은 카라마츠를 죽일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평소처럼 그를 밀었을 뿐이고, 단지 우연히 그때 차가 지나갔을 뿐이다. 그건 사건이 아니라 사고였다.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켜도, 자신이 카라마츠를 죽일 뻔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카라마츠."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어린 아이처럼 운다. 이제 다신 돌아 갈 수 없다. 이젠 다신.
그렇게 밤을 새웠다.


"후우-."

아침에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은 거로도 모자라 완전 엉망이었다. 이치마츠는 이런 웃긴꼴로 어떻게 밖을 나갈지 고민하며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니 그나마 나아진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하고 있을 때,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의 목소리였다. 이치마츠는 순간 어제 아침의 일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아니, 아닐거야. 아닐거야. 이치마츠는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왜? 토도마츠."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의 얼굴을 보자 흠칫 몸을 떨더니 곧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누가 보아도 웃음을 참고있다 느껴지는 그 모습에 이치마츠는 일단 안심했다. 큰 일은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카라마츠 형이 불러."

토도마츠가 말했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아주 큰 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