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멍청이
누군가라네
2016. 2. 22. 01:34
※개인적 캐해석
※단문
"멍청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제 앞으로 옮겼다. 카라마츠의 앞엔 작은 무덤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무덤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몇 번이고 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지금 말 해봤자 역효과다. 역효과를 넘어서 최악이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제 훌쩍임을 넘어서 오열이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적당히 허름한 멘션에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는 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누군가가 어린 아기를 버리고 갔다. 이치마츠는 아기를 보자마자 바로 시설에 맡기자고 강요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에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자신이 기르겠노라 선언했다. 그 일로 둘은 크게 싸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죽지 않는다. 목이 잘려도 다시 붙었고, 심장이 꿰뚫려도 계속 뛰었다. 그 어떤 사고를 당해도 몸은 살아갔다. 그런 몸은 늙지도 않았다. 둘은 그렇게 몇 백 년을 살아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지 않도록 노력하며,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며.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정은 붙었고, 그렇게 된 사람이 하나 둘 죽어 갈 때마다 둘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카라마츠는 매번 괴로워했다.
그때도 얼마전에 무척 친했던 이웃이 사고로 죽어 우울해하던 때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 생각하던 때에 갑자기 아기가 나타났고, 카라마츠는 그 아기를 끝내 품에서 내놓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며 카라마츠를 타이르다 포기하고, 아기를 돌보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몇 백 년을 살아왔지만 아기를 기르는 것은 처음인 둘이었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도 많았고, 실수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하나씩 익혀나갔다. 둘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이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기의 이름은 코우 라고 지었다. 단순하지만 예쁜 이름이라고, 카라마츠는 웃으며 말했다.
코우는 크게 앓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엔 정기적으로 찾아가 검진을 받았고, 확실하게 건강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소아과에 건장한 청년 둘이 같이 찾아가니 눈총을 받는 일이 많아 한 번 씩 번갈아가면서 병원을 다녀왔다.
코우는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 사실 우는 얼굴도, 그 어떤 얼굴도 참 예뻤다. 카라마츠는 그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욕심을 냈다. 좀 더, 좀 더 이렇게 오래 행복하게 있고싶다고. 말뿐인 욕심이었지만 말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았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인가. 코우는 한 살을 채 채우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카라마츠는 그 뒤로 한 달을 계속 울었다. 코우를 묻어주고서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울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위로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카라마츠에겐 들리지 않을테니까.
한 달이 지난 뒤 방밖으로 나온 카라마츠는 이번엔 한 달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한 달을 침묵의 한 달이라고 불렀다. 카라마츠가 말을 하지 않으니 이치마츠도 덩달아 말을 하지 않게 된 탓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낸 뒤에 다시 찾은 코우의 무덤에서, 카라마츠는 오열했다. 이치마츠는 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막으려 손을 들었다. 다시 내렸다. 몸을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땅에 이마를 박고서 울고 있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팔에 힘을 실어 단단하게 카라마츠를 옭아맸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 이치마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너한테 멍청이라고 했지만 나도 멍청이인 건 마찬가지야. 이치마츠는 말을 삼키며 눈을 감고 카라마츠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단문
"멍청이."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제 앞으로 옮겼다. 카라마츠의 앞엔 작은 무덤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무덤과 카라마츠를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게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몇 번이고 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지금 말 해봤자 역효과다. 역효과를 넘어서 최악이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제 훌쩍임을 넘어서 오열이었다. 이치마츠는 눈을 꽉 감았다.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적당히 허름한 멘션에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는 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누군가가 어린 아기를 버리고 갔다. 이치마츠는 아기를 보자마자 바로 시설에 맡기자고 강요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말에 망설이는 듯 하다가 자신이 기르겠노라 선언했다. 그 일로 둘은 크게 싸웠다.
이치마츠와 카라마츠는 죽지 않는다. 목이 잘려도 다시 붙었고, 심장이 꿰뚫려도 계속 뛰었다. 그 어떤 사고를 당해도 몸은 살아갔다. 그런 몸은 늙지도 않았다. 둘은 그렇게 몇 백 년을 살아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지 않도록 노력하며, 정체를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며.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정은 붙었고, 그렇게 된 사람이 하나 둘 죽어 갈 때마다 둘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카라마츠는 매번 괴로워했다.
그때도 얼마전에 무척 친했던 이웃이 사고로 죽어 우울해하던 때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 생각하던 때에 갑자기 아기가 나타났고, 카라마츠는 그 아기를 끝내 품에서 내놓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며 카라마츠를 타이르다 포기하고, 아기를 돌보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몇 백 년을 살아왔지만 아기를 기르는 것은 처음인 둘이었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도 많았고, 실수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하나씩 익혀나갔다. 둘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이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기의 이름은 코우 라고 지었다. 단순하지만 예쁜 이름이라고, 카라마츠는 웃으며 말했다.
코우는 크게 앓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엔 정기적으로 찾아가 검진을 받았고, 확실하게 건강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소아과에 건장한 청년 둘이 같이 찾아가니 눈총을 받는 일이 많아 한 번 씩 번갈아가면서 병원을 다녀왔다.
코우는 웃는 얼굴이 참 예뻤다. 사실 우는 얼굴도, 그 어떤 얼굴도 참 예뻤다. 카라마츠는 그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욕심을 냈다. 좀 더, 좀 더 이렇게 오래 행복하게 있고싶다고. 말뿐인 욕심이었지만 말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았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인가. 코우는 한 살을 채 채우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카라마츠는 그 뒤로 한 달을 계속 울었다. 코우를 묻어주고서 집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울었다. 이치마츠는 그런 카라마츠를 위로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말도 카라마츠에겐 들리지 않을테니까.
한 달이 지난 뒤 방밖으로 나온 카라마츠는 이번엔 한 달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 한 달을 침묵의 한 달이라고 불렀다. 카라마츠가 말을 하지 않으니 이치마츠도 덩달아 말을 하지 않게 된 탓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낸 뒤에 다시 찾은 코우의 무덤에서, 카라마츠는 오열했다. 이치마츠는 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귀를 막으려 손을 들었다. 다시 내렸다. 몸을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땅에 이마를 박고서 울고 있었다.
"카라마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어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를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팔에 힘을 실어 단단하게 카라마츠를 옭아맸다. 카라마츠는 눈을 감고 이치마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너한테 멍청이라고 했지만 나도 멍청이인 건 마찬가지야. 이치마츠는 말을 삼키며 눈을 감고 카라마츠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