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아귀

[쥬시/카라/토도] 양의 탈을 쓴 개 -2

누군가라네 2016. 2. 11. 16:30

*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 외전 2

 

 

 

 토도마츠가 이상하다. 쥬시마츠는 요즘들어 밖에 나가지 않는 토도마츠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단순히 나가지 않는 것때문에 이상하다 느껴지는 거라면 다행일까.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마주칠 때 마다 흠칫 어깨를 굳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됐다. 눈에 띄게 두 사람을 의식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저러지 않을텐데.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했다.

 토도마츠가 저렇게 변한지 일주일 째였다. 토도마츠는 핸드폰이나 텔레비전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대신 그 시간에 책같은 걸 읽었다. 주로 읽는 책은 어렸을 적에 읽었던 그림 동화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가득한 것들이었다. 마치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뒤에 보이는 행동같았다. 그렇지만 쥬시마츠는 묻지 못했다.

 쥬시마츠에게 있어서 토도마츠는 하나 뿐인 동생이었다. 그렇기에 더 소중했고, 더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애초에 물어본다 하더라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을 거야. 토도마츠는 나를 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 형이라고 불러주고 있지만 실제론 형보단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게 더 편하다면 그렇게 대해주는 게 좋겠지만. 그래도.

 쥬시마츠는 생각을 그만뒀다.

 

 "토도마츠, 야구 하러 갈래?"

 

 "아, 미안. 나, 오늘은 좀."

 

 "그래."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옆에 앉았다. 토도마츠는 그런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책에 시선을 옮겼다. 귀여운 토끼 여섯 마리가 나오는 그림책이었다. 토끼들은 여우의 꾀에 넘어갈 뻔한다. 둘째 토끼는 실제로 여우에게 붙잡히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형제들이 다 함께 힘을 합쳐 여우를 쫓아내고 다시 예전처럼 살아간다. 쥬시마츠는 그림책의 내용을 떠올리다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이 책을 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걸까.

 토도마츠는 책을 덮고서 눈을 감았다. 쥬시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토도마츠의 손에 들린 책을 제 손으로 옮겨왔다. 토도마츠가 눈을 뜨고 쥬시마츠를 바라본다. 쥬시마츠는 책을 펼쳐 앞부분 부터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긴다. 아기자기한 그림, 기억도 나지않을 만큼 어렸을 적에 보던 그림책. 마지막으로 꺼내 본 건 고등학교 때 창고 정리를 하다가.

 

 "쥬시마츠 형?"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토도마츠가 고개를 젓는다. 쥬시마츠는 방긋 웃으며 책을 덮고 옆에 내려두었다. 토도마츠는 그런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이라도 가려는 건가. 쥬시마츠는 열렸다 닫히는 문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이 열린다. 그림자가 진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카라마츠가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평소처럼 웃는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소파로 천천히 걸어가 앉았다. 카라마츠는 그런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창문을 닫고 그의 옆에 앉았다. 품안에서 거울을 꺼내 들고 그 안에 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위화감. 토도마츠에게 신경쓰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카라마츠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 이건, 언제부터 느껴졌더라? 쥬시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훑으며 생각했다. 어디서 느껴지는 위화감인 걸까. 행동? 말투? 아니, 그건 평소와 다름없어.

 

 "아."

 

 "음? 왜 그러나, 아우여?"

 

 아무것도 아니야. 쥬시마츠는 고개를 젓고는 카라마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짙은 꽃 향기가 훅 끼쳐왔다. 무슨 꽃의 향기인진 모르지만 자연적으로 꽃에 의해 묻어온 향기는 아니었다. 향수. 카라마츠가 향수를 뿌렸다. 그것도 꽤 많이. 쥬시마츠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향수를 뿌린 게 이상하단 건 아니었다. 카라마츠는 종종 향수를 사와서 뿌려보곤 했으니까. 단지 자신에게 전혀 맞지도 않는, 카라마츠가 추구하지도 않는 향을 뿌려댔다는 게 놀라운 거지.

 쥬시마츠는 소파에 바로 앉아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흘끔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거울을 내렸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아우여? 쥬시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향수에 대해 묻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몰라. 쥬시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우, 야구라도 하러 가려는 건가? 쥬시마츠."

 

 쥬시마츠는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음을 거두곤 제 손목을 들어 향을 맡았다. 짙은 꽃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다른 향은 나지 않는다. 비릿한 향이라거나 쇠 냄새라거나. 전혀 나지 않아. 쥬시마츠에게도 그 냄새가 맡아지진 않았겠지. 카라마츠는 손으로 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얼마 전부터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씻어도, 아무리 옷을 빨아도 피 냄새가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순전히 제 후각이 피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거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심했다. 그리고 피 냄새는 허기를 불러왔다. 그리고 허기는 사람들의 살 냄새를 끌고왔다. 입에는 침이 고이고, 몸은 금방이라도 사람을 덮칠 듯 힘이 들어간다. 그걸 막기 위해 향수를 쓴다. 그것도 많이.

 카라마츠는 손을 내리고 소파에 몸을 눕혔다. 슬슬 향수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루에 몇 번이고 뿌려대니 그럴 수밖에. 다 떨어지기 전에 사러가야 하지만 밖에 나가고싶지 않았다. 만약 가는 길에 향수의 효과가 떨어져 더이상 향기가 감춰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누군가가 사고나 싸움으로 인해 피를 흘릴지도 모른다. 향수로 감춘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안 갈 순 없지. 카라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대충 지갑을 챙겨들고 밖으로 향한다. 나가기 전에 거실을 확인하니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같이 야구를 보고 있었다. 요 며칠 텔레비전을 안 보는 것 같더니. 카라마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관으로 향했다. 오소마츠는 밤늦게 까지 빠칭코에 가 있겠다 했고, 이치마츠도 고양이와 있을 시간이다. 쵸로마츠는 사인회에 갔으니까 마주칠 일은 없겠지. 이왕 나가는 김에 식사도 하고올까. 카라마츠는 제 입술을 혀로 훑었다.

 

 "카라마츠 형아, 어디 가?"

 

 문에 손을 올려놓으려니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라마츠는 흠칫 어깨를 떨다가 고개를 돌려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를 빤히 바라보다 손을 흔들곤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잘 다녀오라는 뜻인가. 카라마츠는 짧게 한숨을 내쉬곤 집을 나섰다. 그 짧은 순간 지나간 수 십 가지 생각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어쩐지 머리가 아파온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가 나간 걸 확인하고 다시 토도마츠의 옆에 앉았다. 토도마츠는 그런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야구 중계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보는 텔레비전은 뉴스 외에도 많은 것을 하고 있었고, 토도마츠는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야구 중계는 슬슬 끝이나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한 손으로 리모콘을 들고 쥬시마츠를 바라봤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재밌는 거 안 하려나?"

 

 하나 씩 채널을 올리다 멈춘다. 토도마츠는 그 자리에 리모콘을 떨어트리곤 황급히 거실을 뛰쳐나갔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텔레비전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쪽에서 속을 게워내는 소리가 들린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화장실 쪽을 바라보다 현관을 바라봤다. 어째서.

 쥬시마츠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토도마츠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더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헛구역질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속을 게워냈다. 쥬시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하나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물을 수가 없었다. 왜?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까.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안아들고 물을 내렸다.

 세면대로 가 물컵에 물을 받아 토도마츠에게 건넸다. 토도마츠는 말없이 물로 입을 헹궈냈다. 그 잠깐 사이에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를 부엌으로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 물을 떠와 토도마츠에게 건넨다. 토도마츠는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물을 마셨다.

 

 "고마워, 쥬시마츠 형."

 

 아니야. 쥬시마츠는 입을 열려다 말았다. 쥬시마츠는 컵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토도마츠를 안아들었다. 토도마츠는 뭐라 말하려다 말곤 입을 다물었다. 쥬시마츠는 이 층 방으로 올라가 토도마츠를 눕혔다. 이불을 깔고, 그 위에 토도마츠를 옮기고, 이불을 덮어준다. 토도마츠는 힘없는 목소리로 고맙다 말하곤 눈을 감았다. 쥬시마츠는 그 옆에 앉았다.

 무언가가 크게 비틀어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어디가 어떻게 무엇때문에 비틀어지고 있는지는 쥬시마츠로선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