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아귀
[이치/오소] 너를 죽였다 -5
누군가라네
2016. 2. 3. 23:48
※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IF 외전
오소마츠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밤에 혼자 늦게 방으로 들어오는 오소마츠를 보며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매일 발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살이 터서 피가 흐르는 손이나 눈 아래에 짙게 생기기 시작하는 다크서클, 그리고 눈에 띄게 줄어든 식사량. 다른 형제들도 조금씩 변화하긴 했지만 오소마츠는 그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오소마츠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동생들에게 기둥이 되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고 있는 토도마츠를 위로하고, 기운없는 쥬시마츠에게 기운을 복돋아준다. 고민하는 쵸로마츠에게 고민 할 필요없다 말해주고, 이치마츠에게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가라앉으려는 그를 끌어올린다.
오소마츠는 울지 않았다. 적어도 동생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오소마츠가 안쓰러우면서도 한심했다. 동생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도 혼자 짊어지려 하는 오소마츠가 멍청해보였다.
이치마츠는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힘든 건 오소마츠다. 오소마츠는 강제로 선택의 길에 세워졌고, 스스로 동생을 죽였다. 그 누구도 그걸 살인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에겐 그렇게 받아들여졌겠지.
그를 그렇게 몰고간 건 동생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동생들을 원망하지 못한다. 갈 곳 잃은 원망은 오소마츠에게로 되돌아가 그를 무너뜨린다. 오소마츠는 지금 붕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건 아마 자신 뿐이라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잘자."
오소마츠가 방에 들어와 누우며 인사를 건넨다. 모두 잠들어있기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푹신한 베개, 따듯한 이불, 양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깨달는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파란 불꽃. 오소마츠는 괴로워하며 이불을 비틀어 잡았다.
이치마츠는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어두운 주변을 둘러보다 오소마츠가 일기를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답게 일기장은 숨겨져 있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숨기지 않은 걸지도 몰라. 이치마츠는 문을 닫고, 불을 켰다. 대충 상 위에 던져져있는 공책을 들어올렸다.
이치마츠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쳤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첫 장. 한 페이지를 뒤로 넘겼다. 며칠 전 날짜가 적혀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히라가나와 한자, 가타가나가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그 모양도 엉망이라 비슷하게 생긴 글자들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글자들은 마치 오소마츠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겨우 읽은 한 페이지의 내용은 별 거 없었다. 그저 며칠동안 계속 카라마츠가 나오는 꿈을 꾼다는 것 정도. 그 꿈을 꾸고 일어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기분이 나쁘다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엔 그 꿈을 꾸고싶지 않다고 적었다가 두 줄을 그었다. 이치마츠는 얼마전 욕실에서 발가벗은 채로 잠들어있던 오소마츠를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일기의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다. 꿈을 꾼다, 꿈을 꾸고난 뒤에는 별로다, 몸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 손에 묻은 피가 씻겨지지 않는다 등.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눈 아래에 쌓인 피로와 상처난 손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이치마츠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일기장은 뒤로 넘길 수록 글자가 엉망이 되었고, 제대로 된 문장을 이루지도 못했다. 한자를 잘못 써 전혀 다른 뜻이 나온 문장도 있었다. 공책 줄을 따르지 않고 따로놀고 있는 글자들도 있었다. 일기의 날짜는 어느 순간부터 적혀있지 않았다.
일기의 양은 제법 많았다. 일기가 시작된 날짜는 오래 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는 페이지는 벌써 스무 장째였다. 갈수록 종이가 너덜너덜 해 질 정도로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것들을 다 읽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치마츠는 오늘자 일기라 생각되는 가장 뒷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공책을 떨어트렸다. 툭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공책은 더덜로 덮어졌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멍한 눈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왔다. 이치마츠는 도망치지 않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가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횽아의 일기장을 몰래 읽다니, 나쁜 짓이라구. 그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이치마츠는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사과하고서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오소마츠는 열린 문을 바라보다 일기장을 들어올렸다. 오늘 자 일기를 펼친다. 오늘은 일기장에 많은 것을 적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만 짤막하게 적어뒀을 뿐이다. 이치마츠가 이걸 보았을까?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봐도 상관없어.
오소마츠는 공책을 제 자리에 놓아두고 방의 불을 껐다. 동생들이 자고있는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연다. 이치마츠도 제 자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동생들을 훑어보다 가운데 자리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며칠이 지나 오소마츠는 벚나무 묘목을 가져와 카라마츠를 묻은 자리 위에 심었다. 이치마츠는 그것에 대해 뭐라 하려했으나 오소마츠의 눈빛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묘목을 심을 때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벚나무를 심은 뒤 오소마츠는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이치마츠는 틈이 나면 오소마츠의 일기장을 훔쳐보았지만 이전에 적었던 일기를 끝으로 오소마츠는 더이상 일기를 적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하다 외면하기로 결정내렸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조금씩 오소마츠에게서 멀어졌다. 쥬시마츠는 오소마츠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를 관찰했다.
그렇게 한 달.
"오소마츠 형?"
"아, 이치마츠. 벚꽃 언제 필까?"
오소마츠가 검은 봉투를 뒤엎었다. 물인지 무엇인지 모를 액체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쇠냄새가 진동한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봉투를 잘 접어 정리했다.
"벚꽃이 필 때, 카라마츠가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눈으로 쫓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얼른 벚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카라마츠? 꿈에서 네가 약속했지. 벚꽃이 피는 날 돌아온다고. 그럼 우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소마츠는 안으로 들어가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어 찬물에 담가둔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으며 멍하니 바라보다 웃는다. 카라마츠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같이 목욕을 하자고 해야지. 오소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며칠 뒤 신문에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일면에 실렸다.
-*
아귀 IF 외전 1 -너를 죽였다 종료
※아귀의 IF 외전
오소마츠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밤에 혼자 늦게 방으로 들어오는 오소마츠를 보며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매일 발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살이 터서 피가 흐르는 손이나 눈 아래에 짙게 생기기 시작하는 다크서클, 그리고 눈에 띄게 줄어든 식사량. 다른 형제들도 조금씩 변화하긴 했지만 오소마츠는 그 정도가 가장 심각했다.
오소마츠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동생들에게 기둥이 되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고 있는 토도마츠를 위로하고, 기운없는 쥬시마츠에게 기운을 복돋아준다. 고민하는 쵸로마츠에게 고민 할 필요없다 말해주고, 이치마츠에게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가라앉으려는 그를 끌어올린다.
오소마츠는 울지 않았다. 적어도 동생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이치마츠는 그런 오소마츠가 안쓰러우면서도 한심했다. 동생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도 혼자 짊어지려 하는 오소마츠가 멍청해보였다.
이치마츠는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힘든 건 오소마츠다. 오소마츠는 강제로 선택의 길에 세워졌고, 스스로 동생을 죽였다. 그 누구도 그걸 살인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오소마츠에겐 그렇게 받아들여졌겠지.
그를 그렇게 몰고간 건 동생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동생들을 원망하지 못한다. 갈 곳 잃은 원망은 오소마츠에게로 되돌아가 그를 무너뜨린다. 오소마츠는 지금 붕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건 아마 자신 뿐이라고,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잘자."
오소마츠가 방에 들어와 누우며 인사를 건넨다. 모두 잠들어있기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푹신한 베개, 따듯한 이불, 양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깨달는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파란 불꽃. 오소마츠는 괴로워하며 이불을 비틀어 잡았다.
이치마츠는 몸을 일으켜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방을 나갔다. 어두운 주변을 둘러보다 오소마츠가 일기를 쓰는 방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답게 일기장은 숨겨져 있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숨기지 않은 걸지도 몰라. 이치마츠는 문을 닫고, 불을 켰다. 대충 상 위에 던져져있는 공책을 들어올렸다.
이치마츠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쳤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첫 장. 한 페이지를 뒤로 넘겼다. 며칠 전 날짜가 적혀있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히라가나와 한자, 가타가나가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그 모양도 엉망이라 비슷하게 생긴 글자들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글자들은 마치 오소마츠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겨우 읽은 한 페이지의 내용은 별 거 없었다. 그저 며칠동안 계속 카라마츠가 나오는 꿈을 꾼다는 것 정도. 그 꿈을 꾸고 일어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기분이 나쁘다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엔 그 꿈을 꾸고싶지 않다고 적었다가 두 줄을 그었다. 이치마츠는 얼마전 욕실에서 발가벗은 채로 잠들어있던 오소마츠를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일기의 내용은 다 비슷비슷했다. 꿈을 꾼다, 꿈을 꾸고난 뒤에는 별로다, 몸 상태가 이상한 것 같다, 손에 묻은 피가 씻겨지지 않는다 등.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눈 아래에 쌓인 피로와 상처난 손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이치마츠가 상상한 것 그 이상이었다.
일기장은 뒤로 넘길 수록 글자가 엉망이 되었고, 제대로 된 문장을 이루지도 못했다. 한자를 잘못 써 전혀 다른 뜻이 나온 문장도 있었다. 공책 줄을 따르지 않고 따로놀고 있는 글자들도 있었다. 일기의 날짜는 어느 순간부터 적혀있지 않았다.
일기의 양은 제법 많았다. 일기가 시작된 날짜는 오래 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읽고 있는 페이지는 벌써 스무 장째였다. 갈수록 종이가 너덜너덜 해 질 정도로 내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것들을 다 읽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치마츠는 오늘자 일기라 생각되는 가장 뒷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공책을 떨어트렸다. 툭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공책은 더덜로 덮어졌다.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멍한 눈으로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왔다. 이치마츠는 도망치지 않고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가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횽아의 일기장을 몰래 읽다니, 나쁜 짓이라구. 그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이치마츠는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사과하고서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오소마츠는 열린 문을 바라보다 일기장을 들어올렸다. 오늘 자 일기를 펼친다. 오늘은 일기장에 많은 것을 적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만 짤막하게 적어뒀을 뿐이다. 이치마츠가 이걸 보았을까? 오소마츠는 입꼬리를 올렸다. 봐도 상관없어.
오소마츠는 공책을 제 자리에 놓아두고 방의 불을 껐다. 동생들이 자고있는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연다. 이치마츠도 제 자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동생들을 훑어보다 가운데 자리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며칠이 지나 오소마츠는 벚나무 묘목을 가져와 카라마츠를 묻은 자리 위에 심었다. 이치마츠는 그것에 대해 뭐라 하려했으나 오소마츠의 눈빛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묘목을 심을 때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벚나무를 심은 뒤 오소마츠는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이치마츠는 틈이 나면 오소마츠의 일기장을 훔쳐보았지만 이전에 적었던 일기를 끝으로 오소마츠는 더이상 일기를 적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하다 외면하기로 결정내렸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쵸로마츠와 토도마츠는 조금씩 오소마츠에게서 멀어졌다. 쥬시마츠는 오소마츠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있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를 관찰했다.
그렇게 한 달.
"오소마츠 형?"
"아, 이치마츠. 벚꽃 언제 필까?"
오소마츠가 검은 봉투를 뒤엎었다. 물인지 무엇인지 모를 액체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쇠냄새가 진동한다. 이치마츠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봉투를 잘 접어 정리했다.
"벚꽃이 필 때, 카라마츠가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그 때까지.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눈으로 쫓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얼른 벚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카라마츠? 꿈에서 네가 약속했지. 벚꽃이 피는 날 돌아온다고. 그럼 우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소마츠는 안으로 들어가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어 찬물에 담가둔다.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으며 멍하니 바라보다 웃는다. 카라마츠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같이 목욕을 하자고 해야지. 오소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며칠 뒤 신문에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일면에 실렸다.
-*
아귀 IF 외전 1 -너를 죽였다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