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네크로맨서

누군가라네 2016. 1. 27. 11:02
※개인적 캐해석



 이치마츠는 달력을 펼쳤다. 이미 오 년도 넘게 지난 달력. 10월을 펼치니 빨간 동그라미가 눈에 들어온다. 24일. 그 아래엔 카라마츠 사망이라 적혀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동그라미를 바라보다 다음 달력을 펼쳤다. 4월 4일. 빨간 동그라미, 카라마츠 사망. 달력을 뒤로 넘긴다. 9월 10일, 카라마츠 사망. 다음 달력. 3월 2일, 카라마츠 사망. 6월 5일, 카라마츠 사망. 11월 30일, 카라마츠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사망.
 수 십 번도 넘게 반복되어 온 그의 죽음. 이치마츠는 올해 자 달력을 펼쳐 1월 30일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고, 글을 적었다. 카라마츠 사망. 이치마츠는 달력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할 일은 끝났는가, 아우여!"

 카라마츠가 언제나의 웃는 얼굴로 저를 반긴다.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저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향해 한 번 방긋 웃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펼쳤다.
 오늘 말이다, 무서운 꿈을 꿨다. 카라마츠가 부엌에서 뭐라뭐라 말하는 게 들린다. 이치마츠는 양 귀를 열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신문을 넘겼다. 두 번째 페이지, 아래쪽. 이치마츠는 펜을 들어 신문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건물 붕괴 사고 소식이었다. 그리 큰 붕괴도 아니고, 사망자도 한 명 밖에 없었던 사고. 이치마츠는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다행히 사망자에 대한 얘기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게 말이다, 내가 쇼핑 센터에 옷을 사러 갔는데. 거기가 무너지는 꿈을 꿨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요리에 집중하느라 이쪽은 보지 않고 있지만 시선은 느꼈으리라. 이치마츠는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붕괴가 일어난 쇼핑 센터는 평일 아침이었던 탓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일하고 있던 직원들과 짐을 나르던 운송 업체 직원들, 몇 없는 손님이 사고에 휘말렸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그 몇 없는 손님 중 하나였으며 그 때 그는 죽었다.
 정말 무서웠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무서웠어.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이치마츠는 어제 낮을 떠올렸다. 연락을 받고 급히 찾아간 병원. 카라마츠의 시신은 보기 힘들 정도였다. 붕괴된다는 걸 알고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다 자기는 깔렸다나. 그다운 죽음이라 생각했다. 이치마츠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카라마츠를 데리고 그곳에서 나왔다.

 "그래서 눈을 뜨고 널 봤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구나. 그렇게 생각 되어서. 꿈이 아니야. 이치마츠는 말하려다 말고 머리를 긁적였다. 카라마츠를 다시 깨우기까지 반나절이 걸렸다.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하면 회복이 느려서 여러 가지로 힘들어진다. 차라리 집에 가둬두면 편할까. 그런 생각도 자주 들고 있다.
 이치마츠는 신문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다가갔다. 식탁 위는 여러 반찬들로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거기에 가운데에 있는 건 닭날개 구이와 닭튀김. 그것도 언덕을 이룰 정도로 가득이다. 어제 카라마츠가 깨어나기 전에 재료를 사두길 잘했네.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카라마츠도 자리에 앉고, 식사를 시작한다. 카라마츠는 닭튀김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흘끔흘끔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닭날개 구이를 먹으며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흠칫 하더니 고개를 숙이곤 마저 밥을 먹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신경쓰지 않고 식사를 이어간다.
 조용한 식사는 금방 끝이난다. 이치마츠는 티슈로 손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거 있으니까, 방에 들어오지마."

 오, 오우. 알겠다! 카라마츠는 식탁을 치우며 대답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제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벽장 안에서 상자를 하나 꺼냈다. 문이 잘 잠겨있는지 다시 확인 하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있는 건 카라마츠의 시신 사진. 보기 역겨울 정도로 끔찍한 것에서부터 그저 잠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온한 것까지. 여태 카라마츠가 겪어온 수 십 가지의 죽음이 상자 안에 담겨있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어제자 카라마츠의 시신 사진을 상자 안에 넣었다. 폴라로이드는 이럴 때 좋네. 이치마츠는 상자를 닫고서 다시 벽장 안에 넣어두었다. 그러고 보니 신문을 안 가져왔다. 이치마츠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향했다.

 "벌써 할 일이 끝난 건가, 아우여?"

 "두고간 게 있어서."

 그런가. 카라마츠가 한 번 웃고는 텔레비젼을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신문을 들어올렸다. 카라마츠는 시덥잖은 개그 프로를 보며 낄낄 거린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전 동그라미 친 기사를 잘라 공책에 붙인다. 카라마츠의 죽음은 언제나 요란스러웠다. 처음 맞이했던 죽음은 조용했것만. 이치마츠는 신문이 잘 붙었나 확인하고 공책을 덮었다.

 "카라마츠."

 "왜 그러나, 아우여?"

 다시 거실로 가 그를 부른다. 이치마츠는 손짓한다. 카라마츠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양 팔을 올리고 얌전히 서 있는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몸 이곳저곳을 손으로 훑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팔을 내리려다 말고 이치마츠를 끌어안았다.

 "아우여! 내일 오랜만에 휴일인데 같이 놀러가지 않겠는가!"

 멍하니 안겨있던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마츠는 신나하며 이치마츠를 꽉 끌어안았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발을 한 번 밟아주고 뒤로 물러났다. 밟힌 발이 아픈지 카라마츠가 울먹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다가 이치마츠가 입을 연다.

 "죽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죽어도 내가 널 살려낼 거지만. 뒷말은 삼킨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라마츠는 당연한 약속이라며 해맑게 웃는다. 이치마츠는 양 팔을 벌렸다. 카라마츠가 쪼르르 다가와 안긴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너도 죽지 못해. 이치마츠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