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졸업

누군가라네 2016. 1. 24. 22:36
※개인적 캐해석
※카라른 전력 60분 -주제 : 졸업
※단문



졸업 축하해. 네 목소리가 그렇게 말해온다고 느꼈다. 환청인가. 손에 쥐어진 네 교복을 바라보다 두 번째 단추를 뜯어냈다. 이것은 네 심장이지. 널 원하는 여자애들에게 주고싶었을 텐데 아쉽게도 내가 가지게 됐네. 그래도 불평하지 마. 사실 알고 있었으니까. 넌 나한테 두 번째 단추를 주려고 했지? 나도 너에게 주려고 했으니까. 우린 쌍둥이잖아. 네 생각이 내 생각이고, 내 생각이 네 생각인.
네 교복에 얼굴을 묻고 깊게 들이마신다. 먼지 냄새. 네 땀 냄새는 희미하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는 품안에 네 교복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졸업식이 끝난 후 교실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형들과 동생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이곳엔 너와 나, 둘 뿐이야.
천천히 교실을 걸었다. 네 자리였던 곳, 내 자리였던 곳. 네 자리는 교탁 바로 앞 자리였다. 답지않게 성실했던 너는 곧잘 질문을 던져 다른 사람을 귀찮게 만들곤 했다. 그래도 선생님들에겐 꽤 이쁨받았지. 성실하다고. 다른 학우들에게도 그래도 친절한 아이라며 잘 어울리고. 그래. 넌 그랬어. 그에비해 나는 어땠지? 뒷자리에 앉아서 좋아하는 수업만 듣고, 나머지는 널 보거나 자느라 그냥 넘겨버렸지. 그래서 성적도 너에 비하면 떨어지고 말이야. 그래도 내가 모르는 걸 네가 알려주는 게 좋았어.
네 의자에 앉아 엎드렸다. 책상에는 찬기운만 남아있을 뿐이다. 딱딱하다. 울컥 눈물이 치솟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실을 나와 빈 복도를 걷는다. 선생님도 모두 퇴근하셨는지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옥상에 도착했다.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를 꺼내 옥상문을 열었다. 처음 이걸 너에게 보여줬을 때, 잔소리 엄청 들었는데. 그런 주제에 열어주자 기뻐서 뛰어나가고 말이야.

"아."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옥상으로 천천히 걸어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와의 추억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철망이 쳐져있지 않아 무서워하면서도 난간으로 다가가 아래를 보던 너. 구석에 나와 같이 숨어서 빵을 먹던 너. 연극 연습을 봐 달라며 내 앞에서 대본을 읽던 너. 너. 너. 너. 너. 모든 것이 너로 이루어져있어.
두 번째 단추를 손에 꽉 쥐고, 네 교복을 품에 꼭 안고 난간으로 다가간다. 너는 이 난간을 무서워했다. 혹시나 떨어져 다치거나 죽으면 어쩌냐며 두려워했다. 너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에도 너는 상상하고 두려워했다. 겁쟁이.
난간 위에 올라선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온다. 왜 졸업식은 봄에 하는 걸까? 봄이 한 해의 끝임과 동시에 시작이기 때문일까? 차라리 겨울에하는 게 좋지 않을까? 봄에 새로 시작만 할 수 있도록. 이별은 봄에 어울리지 않아.

"하."

그래. 이별은 봄에 어울리지 않아. 너와의 이별도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겨울에, 시리도록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어울리지 않을까. 너는 왜 봄에 떠나간 거야? 그것도 졸업식을 하기 전에? 도대체 왜 그때 그곳으로 간 거야? 왜 그때 난 네 손을 잡지 않았던 거지? 도대체 왜?
아. 의미없는 생각이다. 너의 심장을 두 손에 쥐고, 너의 몸을 끌어안는다. 눈을 감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오늘은 졸업식이다. 그간 친하게 지냈던 학우들과 그간 고생만 시켜드린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날이다.

카라마츠.
나는 오늘 너와 함께 이 세계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려한다. 너의 심장을 손에 쥐고, 너의 몸을 품에 안고 검고 딱딱한 졸업장 위에 누워서. 나는 눈을 감고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졸업 축하해, 이치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