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아귀

[토도마츠] 너를 죽였다 -1

누군가라네 2016. 1. 18. 17:57
※개인적 캐해석
※아귀의 외전 입니다.
※3화에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를 죽였다면


카라마츠가 죽었다. 토도마츠는 형들이 말려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울면서 손에 칼을 쥔 오소마츠 형. 몇 번이고 심장이며 목을 쑤시던 칼. 괴로움에 몸부림 치며 비명을 지르던 카라마츠 형. 결국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버린 쵸로마츠 형. 울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쥬시마츠 형. 자신과 똑같이 모든 것을 눈에 담은 이치마츠 형. 마지막에 자신을 바라본 카라마츠는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토도마츠는 그렇게 기억했다.
카라마츠의 시신은 마당에 묻었다. 마당이랄 것도 없이 좁은 땅이었지만 카라마츠를 묻기엔 충분했다. 삽을 든 건 이치마츠였다. 이치마츠는 깊게, 아주 깊게 땅을 팠다. 토도마츠는 카라마츠의 시신을 대충 수건으로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혔다. 상처가 징그러워 몇 번 손을 멈췄지만 어찌어찌 잘 정돈했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를 여름 이불에 눕히고 이불로 감싸 안아들었다. 그렇게 마당으로 데려가 이치마츠가 파놓은 구멍 안에 카라마츠를 눕혔다. 이치마츠는 삽으로 흙을 퍼 구멍 안에 넣었다. 팔 때와 다르게 망설여지는지 그 속도는 느렸다.
발로 카라마츠를 묻은 땅을 밟았다. 토도마츠는 형들의 얼굴를 한 번 씩 훑어보았다. 오소마츠는 무표정했고, 쵸로마츠는 눈가가 발갛게 물든 채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더 어두워보였고, 쥬시마츠는 웃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나는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잘까."

그래. 자자. 해가 뜨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형들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 방 한 구석에 아직도 남아있는 핏자국을 무시하고 모두 자리에 누웠다. 비워둔 자리는 없었다. 다섯 명은 떨어지지 않고 딱 붙어누웠다.
토도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이제 제 옆자리엔 네 번째 형이 누워있다. 토도마츠는 손을 들어 이불을 잡았다. 손 안을 푹신한 것이 가득 채웠다.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몸을 웅크렸다. 등이 오소마츠에게 닿고, 다리가 이치마츠에게 닿았다.
토도마츠는 이불을 놓고 입을 막았다. 몸이 떨려왔다. 감았던 눈을 떴다가 다시 꽉 감았다. 어둠 속에서 손이 뻗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손이 나와 저를 끌고갈 것만 같았다. 토도마츠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토도마츠."

오소마츠가 팔을 뻗어 토도마츠를 끌어안았다. 토도마츠는 몸을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를 품안으로 끌어당겨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토도마츠는 오소마츠의 옷을 잡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모두가 눈을 뜬 건 오후가 된지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토도마츠는 부어오른 눈을 멍하니 바라보다 찬물로 세수를 했다. 다른 형들 얼굴도 다 상황은 비슷했다. 오소마츠만 조금 나은 얼굴이었다.
토도마츠는 방 구석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이치마츠는 고양이 먹이를 사러 밖에 나갔다. 쵸로마츠는 이치마츠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된 건지 뒤따라 나갔다. 쥬시마츠는 아직 이불 속에 있었고,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근처에 앉아있었다.
토도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오소마츠가 옆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고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가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토도마츠는 어깨를 움츠렸다. 오소마츠의 손이 떨어진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토도마츠."

토도마츠는 오소마츠를 끌어안았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토도마츠는 크게 소리내 울면서 오소마츠의 옷을 붙잡았다. 밤새 쌓아두었던 울음을 모두 토해냈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끌어안고 있었다.
토도마츠가 울음을 그친 건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목이 아플 정도로 운 탓에 목소리는 다 쉬어버렸다. 오소마츠는 이상한 목소리라며 토도마츠를 놀리면서도 물을 가져와 건넸다. 토도마츠는 물을 마시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좀 낫지?"

토도마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웃으며 토도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도마츠는 손을 뻗으려다 말고 다시 몸을 웅크렸다. 오소마츠는 컵을 싱크대에 넣어두고 토도마츠의 옆에 앉았다. 토도마츠는 흘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나중에 고구마나 구워먹을까?"

응.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토도마츠는 손을 들어 눈을 눌렀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손을 내리니 눈앞이 흐릿했다. 몇 번 눈을 깜빡이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웃고 있었다.

"그러자."

토도마츠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토도마츠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토도마츠는 얼떨결에 일어나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토도마츠를 데리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여니 쥬시마츠가 이불 위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쥬시마츠 형."

토도마츠는 쥬시마츠의 옆에 앉아 쥬시마츠를 끌어안았다. 쥬시마츠는 멍하니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토도마츠는 오소마츠가 저에게 해준 것처럼 쥬시마츠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쥬시마츠는 토도마츠의 옷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토도마츠는 쥬시마츠가 울음을 그치길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아. 이걸 뭐라 설명해야 좋을까.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