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장형/연중] 연례행사

누군가라네 2016. 1. 16. 19:48
※개인적 캐해석
※밀양(@mill2nd)님 리퀘입니다.
※글이 좀 많이 복잡합니다.
※지문/묘사 보단 대사 위주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여섯 쌍둥이들 중에서 가장 사이가 좋다. 라고 다른 동생들은 생각한다. 오소마츠도 다른 형제와 다를 바 없이 카라마츠를 무시하는 일도 많지만 오소마츠에게 요비스테(경칭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를 할 수 있는 것은 카라마츠 뿐이었다. 카라마츠가 고민을 상담하며 솔직하게 행동하는 상대도 오소마츠 뿐이었다.
그렇게 사이가 좋은 둘이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동생들을 생각하기때문에 어느정도 열이 오른다싶으면 한 발 물러나 양보하며 싸움을 끝냈다. 동생들은 형들의 그런 행동에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모든 날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1년에 딱 하루, 그 날은 항상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싸운다. 아니, 싸우는 걸 넘어 데스매치를 벌인다. 형제 내 서열 1위이자 싸움 실력 1등인 오소마츠와 형제 내 서열은 꼴등이지만 힘만큼은 쥬시마츠도 이길 수 없는 카라마츠가 벌이는 데스매치는 그야말로 엄청난 재앙이었다. 그렇기에 그 날이 되면 동생들은 항상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 저녁 늦게 들어왔다. 올해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네,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츠노가 장남 대 차남의 데스매치의 해설을 맡은 마츠노가의 삼남 쵸로마츠와."

"사남 이치마츠입니다."

한 손에 가지를 든 이치마츠와 한 손에 초록색 야광봉을 든 쵸로마츠가 거실 문앞에 서서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내뱉는다.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는 매년 그랬듯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부모님도 일하러 나가셨으니 복도엔 아무도 없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둘은 그런 건 신경쓰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올해도 분명 하겠죠. 데스매치."

"그렇습니다. 분명 올해도 하겠지요! 아직까진 카라마츠도 오소마츠 형도 조용하지만 말이죠."

"그렇군요. 작년엔 어쩌다 시작됐었죠?"

"아마 오소마츠 형이 카라마츠의 선글라스를 부숴버린 게 원인이었을 겁니다."

"아아. 결국 나중에 오소마츠 형이 선글라스를 하나 사주고, 쿠소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돌봐주는 거로 끝이났죠. 쿠소마츠는 가벼운 찰과상, 오소마츠 형은 팔 뼈에 금이 갔었습니다."

그랬었죠. 쵸로마츠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치마츠는 쵸로마츠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이 평소와 다르게 빛나고 있었다. 쵸로마츠 또한 묘하게 기합이 들어간 상태로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둘은 마치 전 세계적 스포츠 경기의 해설을 앞둔 해설자들처럼 보였다.

"앗, 오소마츠 형 갑자기 일어났습니다!"

"쿠소마츠에게 다가가는 군요."

"아아, 거울에 손을 뻗습니다!"

아니. 이미 해설자였다.

"거울을 뺏어들었습니다! 뭐라 말하고 있군요."

"오늘도 이딴 거울이나 바라보고 있는 거냐. 질리지도 않냐. 똑같은 얼굴이 다섯이나 더 있는데. 그러지말고 나랑 빠칭코나 가는 건 어떻겠냐."

이치마츠는 느릿한 목소리로 오소마츠의 입모양을 읽어내렸다. 쵸로마츠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다시 거실 안을 바라봤다. 오소마츠는 히죽히죽 웃으며 카라마츠를 도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투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쿠소마츠가 오소마츠 형의 닭튀김까지 모두 집어먹었죠."

"전투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거군요."

이치마츠가 상황을 설명하고, 쵸로마츠가 뒤를 잇는다. 죽이 척척 잘맞는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가 다시 거실 안을 버라봤다. 카라마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오소마츠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에 김이 샌 오소마츠는 길게 한숨을 푹 내쉬곤 거울을 휙 던져버렸다.

"거울이 떨어집니다!"

"아! 깨져버렸군요!"

"카라마츠, 당황한 얼굴로 깨진 거울을 봅니다. 오소마츠 형은 느긋한 얼굴이군요."

"일부러 그런 걸태니 말입니다. 아아, 결국 쿠소마츠가 일어나는 군요. 오소마츠 형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주먹이 올라가고."

"오오."
"오오."

"쳤습니다!"
"쳐버렸습니다!"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지 않게 주의하며 이치마츠와 쵸로마츠가 동시에 외쳤다. 둘은 문틈에 얼굴을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수상하고, 눈에 띠지만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둘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오소마츠 형, 고개를 돌립니다! 눈빛이, 눈빛이 바뀌었습니다."

"소름돋는군요. 오소마츠 형의 무릎이 쿠소마츠의 배를 강타합니다! 제대로 들어간 것 같은데요?"

"아니, 아닙니다. 막았습니다! 손으로 막았습니다!"

"쳇."

쳇이 아니잖아. 아쉬워하는 이치마츠에게 쵸로마츠가 핀잔을 준다. 이치마츠는 흘끔 쵸로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곤 가지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다시 해설에 집중한다. 그 잠깐 사이에 오소마츠는 입이 터졌고, 카라마츠는 코피가 터졌다.

"작년보다 더 격해보입니다."

"꽤 아끼던 거울이었으니까요."

"이거, 올해는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겠군요."

"텔레비전은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상태면 부숴질 거 같아서. 쵸로마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쿠당탕, 큰 소리를 내며 상이 내던져진다. 위에 있던 과자며 리모콘이 바닥에 널부러진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는 어깨를 움츠리며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야, 잠깐. 저거 말려야하는 거 아니야?"

"어, 작년엔 저정돈 아니지 않았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닥에 내던지고 그 위에 올라타 얼굴에 집중적으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카라마츠는 저 나름대로 막고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위험하다. 이치마츠와 쵸로마츠의 머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어찌 할지 생각을 결정하기도 전에 큰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

"그만해!"


"좀 괜찮아?"

아아, 괜찮다. 얼굴 여기저기에 멍이 든 주제에 말은 잘한다. 쵸로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구급상자 뚜껑을 닫았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가 데리고 나갔다. 쵸로마츠는 구급상자를 올려두고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카라마츠는 쓰레받이에 놓여진 깨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해, 할 거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됐어. 쵸로마츠는 카라마츠의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렸다. 카라마츠가 흠칫 몸을 굳힌다. 아까 맞은 곳인가. 쵸로마츠는 손을 내리고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년도 연례행사는 삼남과 사남의 개입으로 인해 중지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