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쥬시카라] 카라마츠 형

누군가라네 2016. 1. 16. 17:24
※개인적 캐해석
※하뮺(@hamutte)님의 리퀘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단지 그 가면의 두께가 다를 뿐이다. 가면이 종이보다 얇아 쓴것같지도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 갑갑하고 무거운 걸 어떻게 쓰고다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두꺼운 사람도 있다.
가면의 용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장 추악한 면을 숨기는 용도로 사용된다. 가장 추악한 면은 사람마다 다르다. 정말로 추악한 모습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카라마츠의 가장 추악한 면은 상처다. 이미 너덜너덜해져버린 마음을 카라마츠는 가장 추악하다 생각하며 가면으로 덮어 씌운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의 앞에선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화를 내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것이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니까.

쥬시마츠는 방문 앞에서 망설였다. 안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쥬시마츠는 입을 다물고 문에서 손을 뗐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지금 집에 있는 건 자신과 카라마츠 뿐이었으니 이 안에 있는 건 분명 카라마츠겠지. 쥬시마츠는 소리없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보통 사람들은 쌍둥이니까 여러가지를 공유 할 것이라 생각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옷이나 생각, 버릇 같은 거. 그건 틀린 생각이다. 똑같이 생겼다는 쌍둥이의 기본만 빼낸다면 그들은 더이상 쌍둥이가 아니다. 전혀 다른 개인이지.
여섯 쌍둥이들은 공유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한다면 야한 잡지나 AV 비디오 정도? 옷도 각자의 옷을 입었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달랐으며 버릇은 당연히 똑같지 않았다.
쥬시마츠는 형제들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많았다. 의외로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알려하지 않았다. 그것이 개인의 영역이니까.

"흐으, 으. 우으."

쥬시마츠도 개인의 영역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방문을 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문을 여는 것은 카라마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니까. 그 행위는 카라마츠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쥬시마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카라마츠가 운다. 우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되는 카라마츠가 운다. 그동안 어떻게든 숨겨온 상처가 짓물러 터져버린 거겠지. 그래서 이렇게 혼자 방에서 우는 거겠지. 가면을 내려두고, 혼자만의 영역에 들어가 상처로 가득한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거겠지.
쥬시마츠는 다시 문을 잡았다. 이대로 옆으로 밀어버리면 카라마츠가 보일 것이다. 울고 있는 카라마츠는 쥬시마츠를 보자마자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나가버리겠지. 쥬시마츠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생각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아아!"

덜컹, 문이 열리려던 순간에 카라마츠가 크게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쥬시마츠는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카라마츠는 이제 숨기지 않겠다는 듯 집이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보이진 않지만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이 갔다. 자신이 직접 만든 고양이 인형을 끌어 안고, 선글라스는 저 멀리 던져버린 채로 울고 있겠지.
쥬시마츠는 다시 문을 잡았다. 울음 소리는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문을 밀었다. 덜컹거리며 무언가에 걸렸던 문이 스르륵 부드럽게 열린다. 쥬시마츠는 조심스럽게 한 발 안으로 내딛었다. 카라마츠의 울음 소리는 완전히 그쳤다.

"카라마츠 형."

"오, 왔는가!"

어느새 선글라스를 주워 쓰고 몸을 돌려 쥬시마츠를 바라본다. 쥬시마츠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옆자리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근처에 떨어진 거울을 주워 들여다본다. 쥬시마츠는 평소처럼 행동하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뻗었다.

"카라마츠 형."

두 팔로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는다. 카라마츠가 벗어나려 몸을 움직여도 벗어나지 못하게 허리를 붙잡는다. 한 손을 들어 카라마츠의 머리를 눌러 제 어깨에 기대게 만든다. 카라마츠는 힘없이 쥬시마츠의 어깨에 기댄다.
카라마츠의 두 팔이 쥬시마츠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안 보여, 카라마츠 형. 카라마츠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카라마츠의 몸이 떨린다. 어깨가 축축해져간다. 옷이 당겨진다.
뭐라 말을하려 입을 열었다가 닫는다. 지금 중요한 건 말이 아니니까. 쥬시마츠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카라마츠는 쥬시마츠의 어깨에 완전히 얼굴을 묻고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다.
상처는 추악한 게 아니야. 우는 모습은 추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도 괜찮아. 아니, 가끔은 보여줘야해. 내가 이래서 아프고, 내가 이래서 운다고 보여줘야 해. 형한텐 무리인 걸까.
쥬시마츠는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리 말해도 카라마츠의 생각은 변하지 않겠지. 그 누구에게도 이 모습 보여주려 하지 않겠지. 쥬시마츠는 카라마츠의 옷을 잡았다. 카라마츠 형.

"-."

지금 내가 형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거 뿐이야.

"고마워, 쥬시마츠."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이제 괜찮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울지마, 쥬시마츠."

울어도 괜찮아, 카라마츠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