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이치카라] 여행
누군가라네
2016. 1. 16. 01:14
※개인적 캐해석
※흑임자 전병(@Qnamski)님의 리퀘입니다.
"쿠소마츠. 우리 여행 가자."
그 말이 출발역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따라 기차에 올랐다. 캐리어 두 개를 위에 올리고, 창가쪽 자리에 앉는다. 이치마츠는 통로쪽 자리에 앉아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기차가 출발하는 건 금방이었다. 익숙한 역 플랫폼을 떠나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낯선 시골이 나타난다. 겨우 도시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카라마츠는 놀라 입을 벌리며 창문에 이마를 붙였다. 차갑고 떨렸지만 이마를 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도시를 벗어나는 건 성인이 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지도 않고 끌고나왔음에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오는 것이 어린애를 유괴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따라와줘서 다행이지. 이치마츠는 편하게 등을 기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평소에도 그리 기운찬 얼굴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힘들어보였다.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뺨을 쓰다듬다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가늘게 눈을 뜨고 카라마츠를 노려본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며 손을 내려 이치마츠의 손을 잡았다.
"쿠소마츠."
카라마츠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뭐라 말하려 입을 열었다 닫곤 다시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는 대화를 하고싶지 않을 때 시선을 피하는 버릇이 있었다.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모르지만 그럴땐 아무리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러도 듣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겠지.
같은 풍경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슬슬 지루해질 법도 할텐데 카라마츠는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품에 안고있던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보온병을 여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병을 바라본다.
"자."
따듯한 차를 뚜껑에 따라 건넨다. 한 손으로 받아든다. 그 후 뚜껑을 입술에 댄다. 고개는 높게 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컵만 기울인다. 새끼 손가락은 굽히되 컵에 붙이지 않고, 다른 손가락으로 컵을 단단히 붙잡는다. 입술은 너무 벌리지 않도록 하며 눈은 살포시 감아준다. 겨우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는데 무슨 폼을 저리 잡는건지. 하, 김새는 웃음을 흘린다.
휴지로 보온병 뚜껑을 잘 닦아내고 병을 닫았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보다 보온병을 가방안에 넣고, 작은 초콜릿을 꺼내 건넸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난다싶더니 앞으로 초콜릿이 내밀어졌다. 이치마츠는 입을 벌렸다. 달았다. 그리고 쓰다.
기차는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섰다. 이치마츠는 캐리어를 내리고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기차에서 내리니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저 아래쪽은 아직 눈도 안 왔는데. 이치마츠는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카라마츠의 목에 둘러주었다. 카라마츠는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다 저도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이치마츠에게 둘러주었다.
"가자."
이치마츠는 목도리에 얼굴을 묻곤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가며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팔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카라마츠가 옆으로 오고, 다시 걷는다. 발을 맞춰 걸으며 역을 벗어난다.
역 앞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카라마츠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두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카라마츠가 움직임을 멈춘다.
"카라마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버스가 조금 더 늦게 왔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먼저 버스에 태우고, 캐리어를 들고서 뒤따라 버스에 올랐다. 요금을 내고, 거의 끝에 앉은 카라마츠의 옆으로 가 앉았다. 카라마츠는 기차에서와 같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골길은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좋은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치마츠는 덜컹거리기도 하고, 멈칫하기도 하는 버스의 움직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고마워."
버스는 한참을 달리다 멈췄다. 이치마츠는 창밖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종점이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길을 걷는다. 얼마 전에 눈이 온 것인지 길바닥엔 눈이 조금 남아있었다. 카라마츠는 남은 눈을 꾹꾹 밟으며 웃었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절벽에 도달했다. 위험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바다는 붉게 물들었고, 하늘은 서서히 보라색과 남색으로 덮여가고 있었다. 하아, 길게 숨을 내쉬니 하얀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카라마츠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도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
"이치마츠."
두 팔을 벌렸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품에 안겨 그를 끌어안는다.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얼굴을 묻는다. 맞댄 가슴이 숨을 쉬고 있음을 알려온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도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마지막 여행인가?"
"글쎄."
모르겠네.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네 마지막 여행은 언제인데? 모르겠어. 중학교 삼학년 때? 아니. 고등학교때가 마지막이었어. 그랬나. 기억이 안나. 기억 못해도 돼. 내가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쉿.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뜨고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었다. 카라마츠가 뒤로 물러나며 눈을 뜬다.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붉은 노을에 얼굴도 눈도 붉게 빛난다. 입술을 먼저 맞댄 건 누구일까. 그게 중요해? 아니.
카라마츠가 먼저 눈을 감고, 이치마츠가 따라 눈을 감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의 키스를 이어간다. 카라마츠가 손을 들어 이치마츠의 팔을 붙잡는다.
"하아. 쿠소마츠."
카라마츠의 양뺨을 손으로 감싼다.
"다음에 또 오자."
내년 겨울에 꼭 다시 여기 오자. 그때 지금은 못 한 얘기들을 다 하자.
"올 수 있을 거야."
이건 마지막 여행이 아니니까.
※흑임자 전병(@Qnamski)님의 리퀘입니다.
"쿠소마츠. 우리 여행 가자."
그 말이 출발역이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따라 기차에 올랐다. 캐리어 두 개를 위에 올리고, 창가쪽 자리에 앉는다. 이치마츠는 통로쪽 자리에 앉아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기차가 출발하는 건 금방이었다. 익숙한 역 플랫폼을 떠나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낯선 시골이 나타난다. 겨우 도시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카라마츠는 놀라 입을 벌리며 창문에 이마를 붙였다. 차갑고 떨렸지만 이마를 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도시를 벗어나는 건 성인이 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지도 않고 끌고나왔음에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오는 것이 어린애를 유괴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따라와줘서 다행이지. 이치마츠는 편하게 등을 기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평소에도 그리 기운찬 얼굴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힘들어보였다. 카라마츠는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뺨을 쓰다듬다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이치마츠가 눈살을 찌푸리며 가늘게 눈을 뜨고 카라마츠를 노려본다.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며 손을 내려 이치마츠의 손을 잡았다.
"쿠소마츠."
카라마츠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뭐라 말하려 입을 열었다 닫곤 다시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는 대화를 하고싶지 않을 때 시선을 피하는 버릇이 있었다.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모르지만 그럴땐 아무리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러도 듣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겠지.
같은 풍경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슬슬 지루해질 법도 할텐데 카라마츠는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곤 품에 안고있던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보온병을 여는 소리에 카라마츠가 고개를 돌려 병을 바라본다.
"자."
따듯한 차를 뚜껑에 따라 건넨다. 한 손으로 받아든다. 그 후 뚜껑을 입술에 댄다. 고개는 높게 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컵만 기울인다. 새끼 손가락은 굽히되 컵에 붙이지 않고, 다른 손가락으로 컵을 단단히 붙잡는다. 입술은 너무 벌리지 않도록 하며 눈은 살포시 감아준다. 겨우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는데 무슨 폼을 저리 잡는건지. 하, 김새는 웃음을 흘린다.
휴지로 보온병 뚜껑을 잘 닦아내고 병을 닫았다. 카라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흘끔 카라마츠를 보다 보온병을 가방안에 넣고, 작은 초콜릿을 꺼내 건넸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난다싶더니 앞으로 초콜릿이 내밀어졌다. 이치마츠는 입을 벌렸다. 달았다. 그리고 쓰다.
기차는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섰다. 이치마츠는 캐리어를 내리고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기차에서 내리니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저 아래쪽은 아직 눈도 안 왔는데. 이치마츠는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카라마츠의 목에 둘러주었다. 카라마츠는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다 저도 가방에서 목도리를 꺼내 이치마츠에게 둘러주었다.
"가자."
이치마츠는 목도리에 얼굴을 묻곤 앞서 걸어갔다. 카라마츠는 그 뒤를 따라가며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팔을 잡았다.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카라마츠가 옆으로 오고, 다시 걷는다. 발을 맞춰 걸으며 역을 벗어난다.
역 앞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카라마츠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두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카라마츠가 움직임을 멈춘다.
"카라마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버스가 조금 더 늦게 왔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를 먼저 버스에 태우고, 캐리어를 들고서 뒤따라 버스에 올랐다. 요금을 내고, 거의 끝에 앉은 카라마츠의 옆으로 가 앉았다. 카라마츠는 기차에서와 같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골길은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좋은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치마츠는 덜컹거리기도 하고, 멈칫하기도 하는 버스의 움직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카라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고마워."
버스는 한참을 달리다 멈췄다. 이치마츠는 창밖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종점이었다.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길을 걷는다. 얼마 전에 눈이 온 것인지 길바닥엔 눈이 조금 남아있었다. 카라마츠는 남은 눈을 꾹꾹 밟으며 웃었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절벽에 도달했다. 위험 표지판이 서 있는 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바다는 붉게 물들었고, 하늘은 서서히 보라색과 남색으로 덮여가고 있었다. 하아, 길게 숨을 내쉬니 하얀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카라마츠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도 이치마츠를 바라본다.
"카라마츠."
"이치마츠."
두 팔을 벌렸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의 품에 안겨 그를 끌어안는다.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어깨에 서로의 얼굴을 묻는다. 맞댄 가슴이 숨을 쉬고 있음을 알려온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카라마츠도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마지막 여행인가?"
"글쎄."
모르겠네.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네 마지막 여행은 언제인데? 모르겠어. 중학교 삼학년 때? 아니. 고등학교때가 마지막이었어. 그랬나. 기억이 안나. 기억 못해도 돼. 내가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쉿.
이치마츠도 카라마츠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눈을 뜨고 카라마츠의 어깨를 잡아 밀었다. 카라마츠가 뒤로 물러나며 눈을 뜬다.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 붉은 노을에 얼굴도 눈도 붉게 빛난다. 입술을 먼저 맞댄 건 누구일까. 그게 중요해? 아니.
카라마츠가 먼저 눈을 감고, 이치마츠가 따라 눈을 감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속으로 생각하며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와의 키스를 이어간다. 카라마츠가 손을 들어 이치마츠의 팔을 붙잡는다.
"하아. 쿠소마츠."
카라마츠의 양뺨을 손으로 감싼다.
"다음에 또 오자."
내년 겨울에 꼭 다시 여기 오자. 그때 지금은 못 한 얘기들을 다 하자.
"올 수 있을 거야."
이건 마지막 여행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