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토고카라] 예전처럼

누군가라네 2016. 1. 11. 13:24
※개인적 캐해석
※들어가기 전에 토고 -오소마츠군 원작 만화에서 오소마츠네 집에 하숙하러 온 하숙생으로 위장한 강도? 빈집털이범? 오소마츠에게 들키고 오소마츠를 폭력협박, 오소마츠가 저에게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어 조수로 부려먹음. 후에 치비타에 의해 교도소로 가게됨.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을 겉만보고 믿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음.


카라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옷장에, 그것도 자신의 옷이 들어있는 부분에만 누군가가 주스를 엎어놨다. 덕분에 가죽 자켓과 반짝이 바지는 세탁소에 맡겼고, 다른 옷들도 모두 세탁기행. 입을 옷이 없어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옷을 빌려입고 나왔다. 이럴땐 체격이 비슷하다는 게 참 좋단 말이지. 카라마츠는 느릿하게 길을 걸었다.
시선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평범하게 입고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카라마츠는 선글라스라도 쓸까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가지고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머리를 벅벅 긁다가 쯧 혀를 차곤 편의점에나 들어간다. 담배도 주스로 엉망이 되어버렸으니.
담배 이름을 말하고, 신분증을 보여준다. 아. 오소마츠 거다. 뭐, 쌍둥이니까 상관없지. 사진 속 오소마츠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받아들고, 돈을 지불했다. 카라마츠는 주머니에 담배를 집어넣고 편의점 문을 열었다.

"오."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척을 해온다. 카라마츠는 잠시 고민했다. 오소마츠를 아는 사람같은데. 카라마츠가 뭐라 할 틈도 없이 어깨동무를 해오며 오랜만이라 인사 해 온다. 일단 오소마츠인 척 할까. 카라마츠는 눈썹을 늘어뜨리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근데, 누구셨죠?"

나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얼굴이 갑자기 차게 식는다. 깜짝 놀란 카라마츠는 저 얼굴을 떠올리려 어떻게든 노력한다. 오소마츠의 친구라면 한 번이라도 스치듯 마주쳤을 태니 분명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이름도 떠올릴 수 있겠지.
카라마츠는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가 정체를 밝혀왔다. 귓가에 끈적이는 목소리로, 예전에 참 즐거웠다고 말하며. 지난 십 여년간 다시 마주칠 순간만을 기대했다는 그 누군가는. 토고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카라마츠는 몸을 굳혔다. 자신은 토고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예전, 집에 하숙하러 들어왔던 남자. 알고보니 빈집털이범이었고, 그 사실을 안 오소마츠를 협박하고 때린 남자. 오소마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아직까지도 그때의 꿈을 꾸게 만든 남자. 카라마츠는 경악에 찬 눈으로 토고를 바라봤다. 올라가는 입꼬리가 징그럽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제 성인이니까 한 잔 어때? 내가 낼게."

응? 오소마츠 군.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 남자를 저에게 붙잡아두는 것이다. 오소마츠는 오늘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마주 칠 일은 없겠지.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요. 토고 아저씨."

토고는 편의점에서 술 여러 병과 안주를 사들고 카라마츠를 끌고 나왔다. 카라마츠는 힘없이 토고에게 끌려가며 생각했다. 자신은 이 손을 뿌리칠 힘이 있다. 잘하면 이 남자를 죽일 수도 있다. 이제 자신은 더이상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주변엔 오소마츠도 없다. 자신이 이 남자를 죽이고, 처리를 깨끗이 한다면 더이상 오소마츠가 시달릴 이유도 없겠지.
그렇지만 남자가 중간에 도망간다면?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면? 오소마츠와 마주친다면? 다른 동생들에게 손을 대려 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하지? 카라마츠는 올라가려는 손을 내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다. 기회를 엿보자. 남자를 죽일 기회를.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하다니 본인이 끔찍하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지금 카라마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원흉을 없애면 모든 게 해결 된다. 단순하지만 당연한 거야. 카라마츠는 저를 돌아보는 토고를 향해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였다.

"자, 자. 무서워하지 말고, 여기로 들어와."

토고가 카라마츠를 데리고 간곳은 딱 보기에도 수상한 지하방이었다. 카라마츠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토고는 그런 카라마츠의 손목을 잡아 당겨 안으로 이끌었다. 카라마츠는 힘없이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형광등이 몇 번 깜빡이다가 이내 환하게 켜졌다. 카라마츠는 떨리는 손으로 토고에게서 술잔을 받았다. 토고는 카라마츠의 잔에 술을 채우고, 제 잔에도 술을 채웠다.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고, 한 번에 들이킨다. 카라마츠는 멏 번 눈을 깜빡이다가 토고를 바라봤다.
토고는 느릿하게 예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예전, 그래. 예전에 집에서 있었던 얘기. 오소마츠를 협박했던 얘기. 그때 오소마츠를 집어넣은 파이프에 대한 얘기. 끔찍했던 기억, 트라우마로 남아 악몽이 되어 오소마츠를 괴롭히는 기억. 카라마츠는 덜덜 떨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토고는 그런 카라마츠를 바라보며 웃다가 옆으로 다가왔다. 카라마츠는 크게 몸을 떨며 옆으로 피하려했지만 토고의 손이 더 빨랐다. 토고는 카라마츠의 턱을 잡아 당겼다. 토고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 신분증을 꺼낸다.

"마츠노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덜덜 떨며 숨을 몰아쉬었다. 오소마츠의 얼굴을 유지하며 토고를 바라본다. 토고는 웃더니 신분증을 반으로 부숴버린다. 부숴진 신분증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 토고는 카라마츠와 얼굴을 가까이 하며 웃었다.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후드를 두 손으로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