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카라쥬시] 난
※개인적 캐해석
"뭐야, 여긴."
이치마츠는 불쾌감이 드는 공간에 눈살을 찌푸렸다. 보이는 거라곤 자신의 몸 뿐인 이 공간은,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완벽하게 어두운 거 같으면서도 자신이 보이니 그건 아닌 거 같고. 도대체 뭐야?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렴 어떤가? 귀찮은 것만 없으면 되지.
"음?"
그런 이치마츠 앞에 나타난 것은 쥬시마츠였다. 쥬시마츠는 평소처럼 소매가 다 늘어진 노란 후드티에 반바지를 입고서 맨 발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꿈인 건가. 그제서야 이치마츠는 이곳이 꿈 속 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쯧, 혀를 차며 머리를 긁적인다.
보통 꿈이란 걸 눈치채면 잠에서 깨거나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치마츠는 꿈이란 걸 눈치 챈 순간 몇 번 시도 해 보았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꿈이 아닌 건가? 어쩌면 이건 쥬시마츠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어이, 쥬시마츠."
"이쪽."
이치마츠가 머리를 긁적이며 쥬시마츠를 부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며 이치마츠를 불렀다. 이치마츠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까 하다가 쥬시마츠를 따라 걸어갔다. 쥬시마츠는 평소처럼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여기! 여기!"
한참을 걸어갔을 때, 앞에 문이 나타났다. 쥬시마츠는 그 문을 가리키며 방방 뛰었고, 이치마츠는 잠에서 깨는 문인가 싶어 다가가 손잡이를 잡았다. 쥬시마츠가 빤히 바라본다. 이치마츠는 문을 열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도 있어?"
쥬시마츠가 고개를 젓는다. 그럼 열어야지. 이치마츠는 손잡이로 시선을 옮겼다가 천천히 돌렸다. 아, 열린다. 쥬시마츠가 중얼거렸다.
"여긴 뭐야?"
온통 파란색인 방이었다. 눈이 아플 정도의 생파랑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치마츠는 기분나쁜 이 공간에 쯧 혀를 찼다. 방 안으로 들어오자 쥬시마츠는 사라졌고, 또 다시 혼자 남았다. 모든 상황이 마음에 안들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치마츠는 일단 무턱대고 걸었다. 길조차 파란색이라 보이지 않지만 일단 걷다보면 아까 쥬시마츠가 안내했던 것처럼 어디든 도착 할 거라고 생각했다. 걷고, 또 걸었다. 온통 파란색인 이곳은 온 몸을 차분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체온도 낮춰 추위가 느껴졌다. 어째서 방을 모두 파란색으로 만들지 않는 것인지 알 거 같은 기분이었다.
"아."
그렇게 추위와 싸우며 얼마나 걸었을까. 또 다시 문이 나타났다. 아까전에 연 문이 보통의 나무문이라면 이번에 나온 문은 익숙한 문이었다. 거실로 들어가는 미닫이문. 이번엔 정말로 꿈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지. 이치마츠는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어?"
열리지 않는다. 이치마츠는 짜증이 극에 달했다. 욕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아 밀었다. 열려, 열리라고. 나는 이 기분나쁜 곳을 빠져나갈 거니까. 온 몸의 힘을 다 써서 문을 밀었다. 덜컹 거리며 열리지 않으려 애쓰던 문은, 결국 이치마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활짝 열렸다.
"아."
파란, 정말로 파란 물방울들이 터지듯 튀어나왔다. 이치마츠는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웅크렸다. 물방울들은 어느새 하나로 합쳐져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파란 방을 가득 채워,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출렁거리며 안에 들어있던 것들을 내뱉는다.
외로워. 무서워. 괜찮아. 이대로 계속 있다보면. 무시당하는 게 아니야. 장난이야. 나는 잘났어. 이렇게 멋진 나를. 난 괜찮아. 괜찮아.
아파.
이치마츠는 두 팔을 천천히 내렸다.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카라마츠의 마음 속. 그러니 꿈이라 해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지.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쥬시마츠는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 나는 어쩌다 이곳에 들어왔지? 쥬시마츠는 왜 첫 번째 문에서 사라졌지?
[-마츠.]
이치마츠가 깊은 의문에 빠져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카라마츠.
[이치마츠!]
아.
"아침부터 짜증나게. 자는 사람을 왜 깨워?"
이치마츠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라마츠를 노려보았다. 카라마츠는 안도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계를 꺼내 보여주었다. 아침은 커녕 이미 저녁조차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꼬박 하루를 자면서 보내 버린 것이었다.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렸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프면 이 형님에게 말해."
열심히 간호 해 줄태니까. 카라마츠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나름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다만 보나마나 자장가를 불러주겠네 어쩌네 하면서 방해만 할 것이 분명했다. 이치마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카라마츠의 머리를 꾹 눌렀다.
"어어?"
"너나 아프면 제대로 말해."
속에 쌓아두지 말고. 이치마츠는 계속 흘러내렸던 폭포를 생각했다. 그것은 카라마츠가 속에 감춰두었던 눈물이 분명했다. 기분이 나빠졌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손을 치워내려 노력하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가 그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먹여주었다. 이유도 없이 맞은 카라마츠는 훌쩍 거리면서 이치마츠를 올려다보았다.
"한심하긴."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찼다.
"있잖아, 쥬시마츠 형-."
"응?"
토도마츠는 방 앞에 서 있는 쥬시마츠에게 다가오며 그를 불렀다. 쥬시마츠는 평소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토도마츠는 흘끔 방 안을 보다가 쥬시마츠에게 가까이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밤에 뭘 한 거야?"
나 봐 버렸어. 뭘 한거야, 쥬시마츠 형? 토도마츠가 묻는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토도마츠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뭘 했다고? 그의 눈빛이,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흐응, 작게 소리를 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이치마츠 형한테 일어났으면 밥 먹으라고 전해줘."
토도마츠는 그렇게 말하고 거실로 가 버렸다. 쥬시마츠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방 문을 바라보았다. 벌려져 있던 입이 다물어지고,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내려간다. 아랫입술을 잘근 거리다가 놓아주고 다시 방긋 웃는다.
"이치마츠 형! 밥 먹으래!"
문을 활짝 열면서 소리친다.
아래는 글에 대한 잡담. 보지 않으실 분은 안보셔도 괜찮습니다. 설정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