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

[오소카라] 네가 세상의 적이 될지라도

누군가라네 2015. 12. 21. 09:08
※개인적 캐해석
※야쿠자AU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는 어렸을 때부터 사건사고를 몰고다니기로 유명했다. 그렇지만 이렇다 하게 매스컴에 날 정도로 큰 사고를 친 적도 없었고, 나름대로 그 또래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했다. 단지 그 수가 여섯이기에 사건사고가 더 커보였던 것 뿐이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되면서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정도는 줄어들어 개인 집안사로 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번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야쿠자 조직의 장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츠노 가 여섯 쌍둥이들은 여태까지 매스컴에 날 정도의 사건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카라마츠는 텔레비전을 끄고 제 다리를 베고 누워있는 오소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답지않게 헤어젤을 발라 올린 머리는 뻑뻑해서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카라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한가.
얼굴에 닿는 손길에 오소마츠는 잠에서 깼다. 눈은 뜨지 않았다. 손길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니까. 손은 머리를 쓰다듬다 천천히 내려와 콧날을 훑더니 입술을 꾹 누른다. 그러다 뺨을 감싸며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손가락 하나분이 비어있음을 깨달은 순간 오소마츠는 눈을 떴다.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카라마츠는 웃어주었다. 피곤한 얼굴을 한 주제에 뭘 그렇게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건지.

"카라마츠."

일어났어? 오소마츠. 다정하게 저를 불러온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깨가 무겁다. 후우, 오소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곤 고개를 돌려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얼굴엔 걱정 한가득, 쓰러질까 두려워 받쳐주기 위해 든 두 손. 손가락의 갯수는 아홉 개. 오소마츠는 손을 뻗어 카라마츠의 손을 잡았다.

"오소마츠?"

카라마츠가 그를 부른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바라보다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잘려나간 새끼 손가락에 입을 맞춘다. 흠칫, 카라마츠가 몸을 굳힌다.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온 몸을 떨기 시작한다. 오소마츠는 손을 놓아주고 두 팔을 뻗어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는 말없이 품에 안겨 오소마츠의 옷을 잡았다.

"잠은 좀 잤어? 형아는 푸욱 잤는데."

아아. 대답을 대충 넘긴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등을 토닥였다. 못자는 게 당연하겠지. 오소마츠는 눈만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에나 흔히 있을 법한 낡은 모텔. 창문은 작고, 방 자체도 그리 넓지 않다. 꼴에 좋은 모텔 따라간답시고 텔레비전은 들여놓았다. 건물을 싹 다 뜯어고치지 않으면 우리같은 사람만 이용 할 탠데.
오소마츠는 고르게 오르내리는 카라마츠의 가슴을 느끼다 카라마츠를 눕혔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하다. 밤새 달리고 겨우 이곳에 들어왔는데도 오랜 시간동안 잠을 못 잤으니 당연하겠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가슴을 토닥였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시작은 우연. 어쩌다 붙은 싸움에서 상대를 제대로 때려놨더니 말도 안되는 병원비를 요구해 왔다. 고작해야 멍든 정도인데 뼈가 부러졌다느니 내출혈이 심각했다느니 온갖 것들을 다 갖다붙이며 돈을 요구했다. 때린 것은 맞기에 뭐라 반박하지 못하고 물어주기로 했지만 그럴 돈이 둘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그들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찾아왔고, 몸으로 때우는 건 어떻겠냐 제안해왔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계획적인 접근이란 걸 안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신입치곤 꽤 큰 건을 처리해서 만찬을 열었던 그 때, 아버지-조직의 장-가 말해주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는데 너희는 정말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놓치고싶지 않았다고. 그러니 앞으로 계속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겠냐고. 돈도 두둑히 챙겨줄 것이고, 지금 가족은 물론 앞으로의 자식과 아내도 보호 해 주겠다고. 거절 할 수 없었다. 이미 야쿠자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는 걸 둘은 알고 있었다.
집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연락했다. 정확한 위치는 말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쵸로마츠는 동생들 잘 챙겨달라고만 했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그렇게 마츠노 가와의 인연을 끊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 때였지. 형제들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오던 시점에서 부하 하나가 사고를 쳤다. 다른 조직놈들이 열을 내며 오소마츠에게 사죄 할 것을 요구했고, 오소마츠 대신 카라마츠가 나가 새끼 손가락을 잘리고 돌아왔다. 오소마츠는 그 날 카라마츠에게 화를 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딴짓을 하냐고. 카라마츠는 웃으며 말했다. 이곳엔 오소마츠와 나, 둘 뿐이니까. 오소마츠는 더이상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카라마츠를 안아주었었다.
연애 감정인가. 오소마츠는 어느순간 카라마츠를 의지하는 걸 넘어 그에게 거의 모든 걸 바치고 있었다. 그건 카라마츠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기둥이 무너져 자신들의 세상을 더이상 지탱하지 못 할까봐. 둘은 그 감정에서 눈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기둥은 무너졌다. 감정 때문이 아닌 제 3자에 의해서. 아버지가 암살을 당하고, 다른 간부들도 죽거나 크게 부상을 입었다. 놈들에게 잡혀간 부하들도 여럿. 겨우 빠져나와 도망치고 있는 게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이렇다 할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막연하게 저 멀리 유럽으로 떠버릴까 라는 생각만 할 뿐. 그렇지만 그것도 무리지.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웃으며 입을 맞췄다. 카라마츠는 별다른 반응없이 다시 눈을 감았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잡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문이 부숴질듯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라마츠는 번뜩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오소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을 꽉 붙잡았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바라보다 손을 깍지끼는 것으로 고쳐잡았다. 하하. 오소마츠는 작게 소리내서 웃었다.

"카라마츠."

"왜, 오소마츠?"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네가 세상의 적이 되더라도 난 네 편이야."

"아아, 나도 마찬가지야. 오소마츠."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둘은 같은 시간에 같은 말을 하며 눈을 맞추곤 웃었다. 이제 무시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을 서로에게 전하며 둘은 새로운 기둥 하나를 같이 세워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