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아귀
[토도마츠] 아귀 -7
누군가라네
2015. 12. 18. 15:45
※개인적 캐해석
※유혈 주의
토도마츠는 좀처럼 잠에 들 수 없었다. 위에 있는 카라마츠가 신경쓰였다.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는 상태에서도 빛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 지낸다. 위험하다곤 하지만 저렇게 혼자 있다간 이상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죽는다, 라거나. 토도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을 끌어안았다. 말도 안돼. 그런 생각, 할 리가 없어. 카라마츠 형이니까. 토도마츠는 몸을 웅크리고 꽈악 눈을 감았다.
악몽이다. 악몽이야. 토도마츠는 몇 번이고 되내이며 눈을 가늘게떴다. 뒤돌면 카라마츠가 있을 것이다. 뒤돌면 카라마츠가 바보같은 얼굴로 자고 있을 것이다. 토도마츠는 힘겹게 몸을 돌렸다. 옆자리는 비어있다. 건너편에 이치마츠의 등만 보일 뿐이다. 토도마츠는 다시 뒤돌아 누웠다. 오소마츠가 보인다.
오소마츠 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토도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만 생각하느라 오소마츠나 이치마츠에 대한 건 잊고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떤 느낌인 걸까. 그걸 형제에게 먹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토도마츠는 오소마츠의 뺨을 톡 두드렸다. 깨지 않는다.
가만 바라보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제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시체를 온전히 가져오는 것도 아니었다. 먹기 좋게 한 부위씩 토막내 가져왔다. 머리, 몸통, 팔, 허벅지, 종아리. 그걸 보고 제정신을 유지 할 수 있는가. 희미한 빛에 의지해 본 게 전부였던 자신은 속을 모두 게워냈다. 오소마츠도 처음엔 그랬을까. 이치마츠도.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토도마츠."
모두가 나갔을 때, 카라마츠에게 가기 위해 사다리를 세웠다. 이치마츠가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토도마츠는 위로 올라가 카라마츠와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는 영 내키지 않았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온 이치마츠는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토도마츠는 그 근처에 앉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생각을 정리하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럴거면 나중에 얘기하지. 토도마츠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이 어디쯤에 카라마츠가 있겠지. 여기서 얘기하면 위에까지 들릴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혼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마 무척 외롭지 않을까.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설명, 해 줄게."
그 일이 있고 이틀만이다. 토도마츠는 자세를 바로잡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척 복잡해 하고 있단 것만 알 수 있었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네가 본대로 우리는 카라마츠에게 사람을 먹이고 있어. 한, 한 달하고 보름쯤 됐을 거야. 처음 시작한 건 오소마츠 형이었어. 이대로 가다간 모두 쓰러질 거라면서, 사람을 먹이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다고. 나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오소마츠 형 말대로 모두 지쳐있었으니까. 카라마츠는 사람을 먹으면 이성이 돌아와. 완전히는 아니고 삼일에서 일주일 정도. 하지만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계속 저곳에 두는 거야.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까.
"너도 봐서 알겠지만 카라마츠의 손은 묶여있지 않아. 지금 묶여있는 건 목 뿐이야. 목을 묶은 목걸이는 손만 좀 움직이면 풀 수 있어. 그걸 풀고 내려오지 않는다는 건, 카라마츠 본인도 풀려나길 거부하고 있단 뜻이니까."
그러니까 허튼 생각은 하지마. 무슨 생각을 하고있다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나나 오소마츠 형한테 말해. 형제들을 위한 일이야. 카라마츠를 위한 일이기도 해. 카라마츠에게 가장 버티기 힘든 일은 우리가 다치는 거야. 토도마츠, 너도 잘 알잖아. 넌 막내지만 어린애는 아니야.
이치마츠는 이제 가봐도 좋다 말하며 손짓했다. 가만 듣고 있던 토도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토도마츠는 사다리를 바라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겉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서 밖으로 나갔다. 목적지는 없다. 발이 닿는대로 걷는다. 가끔 뛰기도 한다. 어디로든, 가능한한 집에서 멀리. 현실에서 멀리.
"하아."
여긴 어디지. 토도마츠는 주위를 둘러봤다. 평소에 자주 오지 않는 거리까지 왔다.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많다.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 짜증내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무언갈 보는 사람 등등.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며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카라마츠에겐 저 모든 사람들이 돼지고기나 닭고기처럼 보이는 걸까. 등골이 서늘해졌다. 생각하지 말자. 토도마츠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몇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하지도 않고, 그저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거리가 어두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토도마츠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후, 하얀 입김이 올라간다. 날이 춥다. 머리가 차가워진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아까 전엔 흥분해서 아무 생각도 못했지만 사실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의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이다. 더군다나 카라마츠는 저를 보았을 때 꺼내달라 말하지 않았다. 꺼내달라긴 커녕 울고있는 자신을 달래지 않았던가. 카라마츠 스스로도 나오길 원치 않는다는 건 아주 잘 안다. 그렇지만.
같이 밥을 먹던 때가 그립다. 같이 놀고, 타박하고, 사건사고를 치고다니던 때가 그립다. 어두운 공간에서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얘기하는 건 더이상 싫었다.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가장 싫은 건 이렇게 생각해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치마츠나 오소마츠처럼 카라마츠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싶진 않았다. 무서우니까. 그렇다고 쵸로마츠나 쥬시마츠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낼 수는 없다. 알아버렸으니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멀리 집이 보인다. 집을 나서는 이치마츠도 보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아홉시가 넘어가고 있다. 나가기엔 좀 이른 시간 아닐까. 이치마츠의 손에 들린 봉지가 흔들거린다. 저 안에 들은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칼과 톱. 토도마츠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이치마츠의 뒤를 따랐다.
이치마츠가 웬 아저씨와 부딪쳤다. 아저씨의 키는 이치마츠보다 컸고, 살집이 꽤 있는 사람이었다. 뚱뚱하단 건 아니고, 체격이 좋다고 해야할까. 토도마츠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치마츠는 아저씨에게 시비를 거는듯 했다. 아저씨는 좀 취한 상태였는지 쉽게 걸려들었다. 이치마츠는 골목으로 아저씨를 유인했고, 아저씨는 쉽게 그곳에 따라들어갔다. 우와, 멍청해. 토도마츠는 속으로 생각하며 골목 입구에 섰다.
안에서 무얼 하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들어갈까 생각하다가도 선뜻 들어 갈 수가 없다. 죽은 시체는 보긴 했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을 볼 자신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불빛이 자신을 비춘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경찰. 토도마츠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에게 다가갔다. 이럴 땐, 연기를 해야지. 그동안 쌓아온 연기력은 이런 때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토도마츠는 입을 열었다.
"그게, 제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여기서 xx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부자연스럽지 않게 목소리를 키워 골목 안에 들리도록 만들었다. 좁은 골목은 목소리를 쉽게 울리게 만들었다. 귀가 좋은 이치마츠니까 아마 눈치채고 하던 행동을 멈췄을태지. 토도마츠의 말에 경찰은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주었다. 토도마츠는 그 말에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쇼. 요즘 남성을 노린 연쇄 납치 사건이 빈번하니 말입니다."
경찰은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하곤 자전거를 타고 제 갈길을 갔다. 토도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쩌나 고민했다. 이제 이쪽은 안오겠지. 얼른 이치마츠를 데리고 집에 가야.
"아, 저기."
히익! 토도마츠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새 경찰이 돌아와 있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토도마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경찰은 아하하 웃더니 길을 잘못 알려줬다며 다시 길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토도마츠는 그 설명을 귀담아 들으며 아까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친절한 경찰이구나 싶었지만 얼른 떠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네, 그럼. 아, 이 골목도 제 관할 구역이니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최악의 삼류 시나리오.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이대로 경찰이 들어가 이치마츠를 발견한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 그래선 안된다. 삼류 시나리오라도 경찰 입장에서 해피엔딩인 루트를 타선 안된다. 토도마츠는 급히 경찰을 불러세웠다.
"또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지만 잘 모르겠어서요. 혹시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토도마츠는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모았다. 경찰은 곤란하단 표정을 하더니 방긋 웃는다. 이 골목은 짧으니까 이곳 순찰만 돌고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지금 많이 급해서.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저도 급한 일이라. 그런가요. 하긴, 경찰 많이 바쁘실태니까. 그렇죠, 요즘 사건도 많고. 으음, 어쩌지.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좀처럼 대화가 끝나지 않는다. 토도마츠는 적어도 시간이라도 끌어야겠단 생각에 경찰을 붙잡았다. 의심을 받아도 상관없다. 이대로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할 순 없다.
"금방 살펴보기만 하고 나올태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그래도. 토도마츠는 경찰을 붙잡으려다 말고 뒤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처리를 끝낸 건지 이치마츠가 서 있었다. 경찰은 토도마츠가 말이 없어지자 고개를 돌리려했다. 토도마츠는 그런 경찰을 불러 자신을 보게 만들었고, 이치마츠는 경찰의 목을 잘랐다.
피라는 게 원래 이렇게 흐르는 거던가. 토도마츠는 제 앞에 흐르는 피를 내려다보았다. 무서워. 이치마츠는 말없이 그런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경찰을 데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는 어두운 골목을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꺼내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여기 그, 거기있는 골목. 이치마츠 형 혼자서 옮기긴 힘들어 보여서. 응. 얼른, 최대한 빨리 와.
"우욱."
전화를 끊고 토도마츠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치마츠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아, 나도 미쳤구나.
※유혈 주의
토도마츠는 좀처럼 잠에 들 수 없었다. 위에 있는 카라마츠가 신경쓰였다.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는 상태에서도 빛도 없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 지낸다. 위험하다곤 하지만 저렇게 혼자 있다간 이상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죽는다, 라거나. 토도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을 끌어안았다. 말도 안돼. 그런 생각, 할 리가 없어. 카라마츠 형이니까. 토도마츠는 몸을 웅크리고 꽈악 눈을 감았다.
악몽이다. 악몽이야. 토도마츠는 몇 번이고 되내이며 눈을 가늘게떴다. 뒤돌면 카라마츠가 있을 것이다. 뒤돌면 카라마츠가 바보같은 얼굴로 자고 있을 것이다. 토도마츠는 힘겹게 몸을 돌렸다. 옆자리는 비어있다. 건너편에 이치마츠의 등만 보일 뿐이다. 토도마츠는 다시 뒤돌아 누웠다. 오소마츠가 보인다.
오소마츠 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토도마츠는 몸을 일으켰다. 카라마츠만 생각하느라 오소마츠나 이치마츠에 대한 건 잊고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떤 느낌인 걸까. 그걸 형제에게 먹이며 무슨 생각을 할까. 토도마츠는 오소마츠의 뺨을 톡 두드렸다. 깨지 않는다.
가만 바라보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제정신으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시체를 온전히 가져오는 것도 아니었다. 먹기 좋게 한 부위씩 토막내 가져왔다. 머리, 몸통, 팔, 허벅지, 종아리. 그걸 보고 제정신을 유지 할 수 있는가. 희미한 빛에 의지해 본 게 전부였던 자신은 속을 모두 게워냈다. 오소마츠도 처음엔 그랬을까. 이치마츠도.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토도마츠."
모두가 나갔을 때, 카라마츠에게 가기 위해 사다리를 세웠다. 이치마츠가 불러세우지 않았다면 토도마츠는 위로 올라가 카라마츠와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이치마츠는 토도마츠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는 영 내키지 않았지만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온 이치마츠는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토도마츠는 그 근처에 앉아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생각을 정리하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럴거면 나중에 얘기하지. 토도마츠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이 어디쯤에 카라마츠가 있겠지. 여기서 얘기하면 위에까지 들릴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혼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아마 무척 외롭지 않을까. 토도마츠는 고개를 숙였다.
"설명, 해 줄게."
그 일이 있고 이틀만이다. 토도마츠는 자세를 바로잡고 이치마츠를 바라봤다. 이치마츠는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토도마츠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척 복잡해 하고 있단 것만 알 수 있었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 네가 본대로 우리는 카라마츠에게 사람을 먹이고 있어. 한, 한 달하고 보름쯤 됐을 거야. 처음 시작한 건 오소마츠 형이었어. 이대로 가다간 모두 쓰러질 거라면서, 사람을 먹이면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다고. 나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오소마츠 형 말대로 모두 지쳐있었으니까. 카라마츠는 사람을 먹으면 이성이 돌아와. 완전히는 아니고 삼일에서 일주일 정도. 하지만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계속 저곳에 두는 거야.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니까.
"너도 봐서 알겠지만 카라마츠의 손은 묶여있지 않아. 지금 묶여있는 건 목 뿐이야. 목을 묶은 목걸이는 손만 좀 움직이면 풀 수 있어. 그걸 풀고 내려오지 않는다는 건, 카라마츠 본인도 풀려나길 거부하고 있단 뜻이니까."
그러니까 허튼 생각은 하지마. 무슨 생각을 하고있다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나나 오소마츠 형한테 말해. 형제들을 위한 일이야. 카라마츠를 위한 일이기도 해. 카라마츠에게 가장 버티기 힘든 일은 우리가 다치는 거야. 토도마츠, 너도 잘 알잖아. 넌 막내지만 어린애는 아니야.
이치마츠는 이제 가봐도 좋다 말하며 손짓했다. 가만 듣고 있던 토도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토도마츠는 사다리를 바라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겉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고서 밖으로 나갔다. 목적지는 없다. 발이 닿는대로 걷는다. 가끔 뛰기도 한다. 어디로든, 가능한한 집에서 멀리. 현실에서 멀리.
"하아."
여긴 어디지. 토도마츠는 주위를 둘러봤다. 평소에 자주 오지 않는 거리까지 왔다.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많다.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 짜증내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무언갈 보는 사람 등등.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며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카라마츠에겐 저 모든 사람들이 돼지고기나 닭고기처럼 보이는 걸까. 등골이 서늘해졌다. 생각하지 말자. 토도마츠는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몇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을 하지도 않고, 그저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거리가 어두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토도마츠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후, 하얀 입김이 올라간다. 날이 춥다. 머리가 차가워진다.
토도마츠는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아까 전엔 흥분해서 아무 생각도 못했지만 사실 이치마츠와 오소마츠의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이다. 더군다나 카라마츠는 저를 보았을 때 꺼내달라 말하지 않았다. 꺼내달라긴 커녕 울고있는 자신을 달래지 않았던가. 카라마츠 스스로도 나오길 원치 않는다는 건 아주 잘 안다. 그렇지만.
같이 밥을 먹던 때가 그립다. 같이 놀고, 타박하고, 사건사고를 치고다니던 때가 그립다. 어두운 공간에서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얘기하는 건 더이상 싫었다. 토도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가장 싫은 건 이렇게 생각해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치마츠나 오소마츠처럼 카라마츠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싶진 않았다. 무서우니까. 그렇다고 쵸로마츠나 쥬시마츠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낼 수는 없다. 알아버렸으니까.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멀리 집이 보인다. 집을 나서는 이치마츠도 보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아홉시가 넘어가고 있다. 나가기엔 좀 이른 시간 아닐까. 이치마츠의 손에 들린 봉지가 흔들거린다. 저 안에 들은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칼과 톱. 토도마츠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이치마츠의 뒤를 따랐다.
이치마츠가 웬 아저씨와 부딪쳤다. 아저씨의 키는 이치마츠보다 컸고, 살집이 꽤 있는 사람이었다. 뚱뚱하단 건 아니고, 체격이 좋다고 해야할까. 토도마츠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치마츠는 아저씨에게 시비를 거는듯 했다. 아저씨는 좀 취한 상태였는지 쉽게 걸려들었다. 이치마츠는 골목으로 아저씨를 유인했고, 아저씨는 쉽게 그곳에 따라들어갔다. 우와, 멍청해. 토도마츠는 속으로 생각하며 골목 입구에 섰다.
안에서 무얼 하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들어갈까 생각하다가도 선뜻 들어 갈 수가 없다. 죽은 시체는 보긴 했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을 볼 자신은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불빛이 자신을 비춘다. 토도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경찰. 토도마츠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에게 다가갔다. 이럴 땐, 연기를 해야지. 그동안 쌓아온 연기력은 이런 때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토도마츠는 입을 열었다.
"그게, 제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여기서 xx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부자연스럽지 않게 목소리를 키워 골목 안에 들리도록 만들었다. 좁은 골목은 목소리를 쉽게 울리게 만들었다. 귀가 좋은 이치마츠니까 아마 눈치채고 하던 행동을 멈췄을태지. 토도마츠의 말에 경찰은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주었다. 토도마츠는 그 말에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십쇼. 요즘 남성을 노린 연쇄 납치 사건이 빈번하니 말입니다."
경찰은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하곤 자전거를 타고 제 갈길을 갔다. 토도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쩌나 고민했다. 이제 이쪽은 안오겠지. 얼른 이치마츠를 데리고 집에 가야.
"아, 저기."
히익! 토도마츠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느새 경찰이 돌아와 있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토도마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경찰은 아하하 웃더니 길을 잘못 알려줬다며 다시 길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토도마츠는 그 설명을 귀담아 들으며 아까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친절한 경찰이구나 싶었지만 얼른 떠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네, 그럼. 아, 이 골목도 제 관할 구역이니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최악의 삼류 시나리오. 토도마츠는 생각했다. 이대로 경찰이 들어가 이치마츠를 발견한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 그래선 안된다. 삼류 시나리오라도 경찰 입장에서 해피엔딩인 루트를 타선 안된다. 토도마츠는 급히 경찰을 불러세웠다.
"또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지만 잘 모르겠어서요. 혹시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토도마츠는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모았다. 경찰은 곤란하단 표정을 하더니 방긋 웃는다. 이 골목은 짧으니까 이곳 순찰만 돌고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지금 많이 급해서.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저도 급한 일이라. 그런가요. 하긴, 경찰 많이 바쁘실태니까. 그렇죠, 요즘 사건도 많고. 으음, 어쩌지.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좀처럼 대화가 끝나지 않는다. 토도마츠는 적어도 시간이라도 끌어야겠단 생각에 경찰을 붙잡았다. 의심을 받아도 상관없다. 이대로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할 순 없다.
"금방 살펴보기만 하고 나올태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그래도. 토도마츠는 경찰을 붙잡으려다 말고 뒤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처리를 끝낸 건지 이치마츠가 서 있었다. 경찰은 토도마츠가 말이 없어지자 고개를 돌리려했다. 토도마츠는 그런 경찰을 불러 자신을 보게 만들었고, 이치마츠는 경찰의 목을 잘랐다.
피라는 게 원래 이렇게 흐르는 거던가. 토도마츠는 제 앞에 흐르는 피를 내려다보았다. 무서워. 이치마츠는 말없이 그런 토도마츠를 바라보다 경찰을 데리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토도마츠는 어두운 골목을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꺼내 오소마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여기 그, 거기있는 골목. 이치마츠 형 혼자서 옮기긴 힘들어 보여서. 응. 얼른, 최대한 빨리 와.
"우욱."
전화를 끊고 토도마츠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이치마츠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토도마츠는 눈을 감았다.
아, 나도 미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