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아귀

[이치/오소] 아귀 -4

누군가라네 2015. 12. 14. 12:56
※개인적 캐해석
※유혈? 고어? 주의
※아귀 -3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xx에서 연쇄 실종 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범인이 누군지는 어떤 단서도 없으며 단지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당국에서는 실종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건장한 청장년 층임을 미루어볼때 범죄 조직이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은 약 한 달 전 쯤으로-.
텔레비전을 끈 이치마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소마츠를 바라봤다.

"오늘은 내가 갈게."

이치마츠가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있던 오소마츠는 몸을 돌려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딴 상황에서도 장남의 일이라 할 셈인건가.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뺏어썼다.
너만 형제인 건 아니야. 혼자 짊어지지마. 둘이서 나눠드는 게 나아. 이치마츠는 커지려는 목소리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씨익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치마츠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괜찮겠어? 오소마츠가 묻는다. 형도 한 일이잖아. 형보다 더한 쓰레기는 난데, 못 할 리가. 이치마츠는 느릿하게 대답했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한 동생. 착해? 착한 사람이 다 얼어죽었군. 이치마츠는 쯧 혀를 차고 집을 나섰다.
조심히 다녀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후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죽이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치마츠는 제 아래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이 정도면 삼 일은 가려나. 쯧. 좀 더 큰 사람을 노렸어야했나. 이치마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손이 축축한 것이 썩 나쁘진 않다. 방금 전까지 체내에 있어 따듯했던 피가 금방 차게 식어가는 느낌이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떴다. 미쳐돌아가고 있구나. 모두가.
한 달 전, 오소마츠는 건장한 사내를 하나 토막내 가져왔다.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뭐라 말하려했지만 오소마츠는 이치마츠를 신경쓰지 않았다. 토막낸 시체를 가지고 다락방으로 올라가, 그걸 카라마츠에게 먹였다. 그리고 카라마츠의 이성이 돌아왔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씻고 나오길 기다렸다. 오소마츠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이치마츠를 마주했다. 이치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헛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등을 두드렸다.

"왜 그런 짓을 했어?"

겨우 진정한 이치마츠가 물었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바라보다 생각에 잠겼다. 평소의 오소마츠에게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마저 카라마츠처럼 괴물이 되는 것 같아 두려워졌다.
오소마츠는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쓰러질 거야."

어마어마한 식비는 감당하기 힘들다. 매 번 나가는 그릇값이나 쟁반값도 상당했다. 거기다 다른 할 일도 많다. 그것에 고민하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제 어깨를 문 것을 떠올렸다. 카라마츠는 사람도 음식으로 보고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잡아다 먹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하면 돈도 안 들고, 아니 오히려 벌 수 있다. 죽인 사람에겐 돈이 필요없잖아. 오소마츠는 기발한 생각이라며 자기 자신을 칭찬했다.
이치마츠는 손발이 차가워졌다. 활짝 웃으며 말하는 오소마츠가 무섭다. 이치마츠는 잘근 입술을 씹으며 뒤로 물러났다. 오소마츠는 웃음을 거뒀다. 이치마츠에게 다가가 턱을 잡아 올려 눈을 맞춘다.

"이게 잘못된 거라고 하지마.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어."

고양이에게 생선을 준다고 생선에게 죄책감을 느끼진 안잖아? 같은 거야. 카라마츠는 고양이고, 사람은 생선일 뿐이야. 이치마츠는 바들 몸을 떨었다. 피냄새가 나는 것같다. 아니, 나고있어. 오소마츠의 손에서.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뿌리치고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오소마츠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쯧."

이치마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뒤로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늦게 들어올때면 자지 않고 기다렸다. 오소마츠가 들어오면 오소마츠를 대신해 잡아온 걸 들고 위로 올라가 카라마츠에게 먹였다. 그렇게하면 카라마츠는 최소 이틀에서 최대 일주일 정도 얌전해졌다. 아니, 이성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꺼내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소마츠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피로 때문이겠지. 동생들에게 들켜선 안된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도 안된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말없이 사람을 잡아와야 한다. 잡아오는 것만이면 좀 편할까. 먹기 좋게 토막내야했다.
이치마츠는 톱을 꺼내들었다. 톱에 닿는 지방이며 근육이 기분나쁘다. 뼈까지 제대로 잘라 커다란 봉지에 담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를 노려 집으로 걸어간다. 이치마츠는 봉지를 들어올리며 생각했다.

'나는 큰놈은 못 잡겠다.'

너무 무거워. 이치마츠는 끙끙거리며 봉지를 들고갔다.

"수고했어."

집에 들어오니 오소마츠가 반겨준다. 얼굴이 말끔한 것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한 번 안했다고.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건넸다. 오소마츠는 지갑을 제 주머니에 넣고, 봉지를 받아들었다.
이치마츠는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마스크가 완전히 빨갛게 물들었다. 어차피 일회용 마스크니 상관은 없지만. 쯧, 이치마츠는 혀를 찼다. 짜증난다. 바보같은놈 하나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얼른 들어가서 씻어. 근데 찬물로 씻은 다음에 따듯한 물로 씻어야한다."

옷은 찬물에 담궈두고. 오소마츠가 답지않게 잔소리를 한다. 이치마츠는 대답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피를 뜨거운 물에 빼는 바보가 있어? 카라마츠도 아니고. 이치마츠는 욕실 문을 열었다.
피를 씻어내고 욕조에 몸을 담그니 노곤해진다. 긴장했던 근육들이 풀어지며 바보같은 표정이 지어진다. 입꼬리가 올라가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이치마츠는 한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별로 아무렇지 않네."

오소마츠가 처음에 이랬을까. 이치마츠는 떠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쓰지 말자. 오소마츠의 감정을 헤아려봤자 나오는 거라곤 죄책감과 미안함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에 한 놈을 더 잡아오는 게 낫지.
이치마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따듯한 김이 주변을 감싸준다. 포근하다. 이치마츠는 실실 웃으며 가늘게 눈을 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사람을 잡아와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이런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설마 평생? 끔찍하군.
그렇다고 해서 카라마츠를 죽일 순 없으니까. 이치마츠는 욕조를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머리를 털었다. 오소마츠가 갖다놓은 잠옷을 입고, 방으로 올라간다. 천장에서 통통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이치마츠는 천장을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갔다.
제 자리, 카라마츠의 자리였던 빈 자리, 토도마츠, 오소마츠, 쵸로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는 찬찬히 형제들을 돌아보다 제 자리에 누웠다. 형제들과 떨어진 자리여서 다행이었다. 피냄새가 나지 않을태니까.
이치마츠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