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마츠상/TAC

[이치카라] They Are Crazy -3

누군가라네 2015. 12. 8. 19:54
※개인적 캐해석
※이치마츠 시점


카라마츠의 집을 나왔다. 너무 오래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셔츠도 하나 얻었으니 당분간은 올 일 없겠지. 문을 여니 화분이 눈에 띄었다. 저기있는 카메라를 가져갈 까 했지만 그냥 두기로했다. 혹시 모르니까. 어차피 카라마츠는 눈치 못 챌 거고. 나는 카라마츠의 셔츠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아무도 없다. 소리없이 방으로 올라가 벽장을 열고 자리잡았다. 아주 약간의 틈만 두고 문을 닫고서 셔츠를 바라봤다. 내가 안고오느라 꾸깃해진 셔츠엔 아직도 카라마츠의 향기가 남아있다. 아까 한 번 했는데도 열이 오른다. 아, 카라마츠.
언제쯤 너의 셔츠가 아니라 너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참는 건 힘들어. 참고싶지 않아. 하지만 무서워. 무서워. 네가 또 나를 떠나버릴까봐 무서워. 차라리 네가 내 카메라를 발견해줬으면 좋겠어. 그렇다면 당장 네 집에 들어가 그곳에서 살탠데. 너를 안고, 너에게 키스하고, 너와 같이. 평생. 카라마츠. 카라마츠.
핸드폰을 열었다. 카라마츠가 보고싶다.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려나. 톡톡, 화면을 두드린다. 화면 가득 카라마츠의 얼굴이 나타난다. 아. 이건 화분에 설치한 카메라다. 카라마츠가 카메라를 바라보고있다.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대로 키스하고싶다. 화면일 뿐이란 게 안타깝다.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완전히 끊겼다. 역시 들킨 모양이다. 급히 화면을 바꿨다. 다행히 거실 천장에 있는 건 아직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카라마츠가 침대에 앉아 카메라를 뚫어져라 바라보고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걸까. 덜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신고하면 어떻게하지.
들키고싶다고 하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범죄다. 남의 사생활을 침범하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준다. 거기다 나는 카메라 뿐 아니라 우편물도 확인한 적이 있었다. 이대로 카라마츠가 신고해버리면 어떻게하지? 나라는 게 들키면 어떻게하지? 신고하게 둬선 안돼. 밝혀도 내가 스스로 밝혀야지.
나는 벽장에서 나왔다. 이제 카라마츠는 모든 카메라를 뜯어내고 있었다. 들켜버린 거다. 완전히 들켜버린 거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집을 나섰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예 나오는 게 아닌데. 번거롭게 왔다갔다 할 거 없이 카라마츠가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왔을 때 밝히는 건데. 입술이 뜯겨 입안에 쇠냄새가 들어찬다.
집 앞.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카라마츠가 나가고있다. 근처 전봇대 뒤에 몸을 숨기고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가볍게 걸친걸 보니 근처 편의점이라도 다녀올 모양인가보다. 혹시 내가 올거라는 걸 알고 기다리려는 걸까. 카라마츠가 멀어지길 기다렸다가 위로 올라갔다.
문고리를 돌리니 역시 잠겨있다. 카라마츠는 금방 돌아올탠데, 어쩌지. 고민하다가 그냥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카메라는 모두 들켰다. 그렇다면 내가 널 스토킹했다 밝혀도 되지 않을까. 여태까지 바라던 일이잖아. 이제 숨기지 않아도 돼. 카라마츠를 집에 가두고, 나만 바라보게 만들어도 괜찮아. 그래. 족쇄는 풀렸다.
안으로 들어가 일단 카메라를 찾아냈다. 구석에 놓인 상자에 모두 들어있다. 이걸 부수면 경찰에 신고해도 증거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겠지. 지금은 부수지 않을 거다. 일단 카라마츠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지. 만약 내가 스토커라는 걸 알고서도 신고하려 한다면 그때 부수고 카라마츠를 나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나는 상자를 덮었다.
카라마츠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왜 피하는 건가싶지만 이왕이면 자연스러운 게 좋잖아? 그래. 절대 당황해서 나온 행동이 아니야.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문에 귀를 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신발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 창문을 여는 소리. 집안을 여기저기 들춰보고 있다. 아, 화장실 앞에 섰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물을 내렸다. 손을 닦고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찹.

"쿠소마츠!"

예상 못한 것이 날아왔다. 파리채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았다. 따끔거리는 아픔이 얼굴 전체에 퍼진다. 도대체 이 엉뚱하고 바보같은 생명체는 뭐란 말인가. 스토커가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 파리채를 무기로 삼은 거야, 지금? 어쩜 이렇게, 어쩜. 귀엽냐.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집어삼키고 멱살을 잡았다.
미안해! 착각했어! 카라마츠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멱살을 놓아주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하다. 정말 멍청하다. 그렇기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침대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카라마츠가 흘끔흘끔 날 바라본다.

"뭐."

"가, 간 거 아니었어?"

고양이 밥 주러 다녀왔을 뿐이야.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그래. 힘빠진 대답이 들려온다. 내가 가기를 바랐던 건가. 어쩐지 짜증이 올라오지만 참는다. 흘끔 바라보니 어쩌지 못하고 손가락만 휘적휘적 거리고 있다. 혹시 날 의심하고 있는 건가?

"야, 쿠소마츠."

으, 응? 짜증을 가득 담아 부르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역시 날 의심하는 거야? 그래, 내가 스토커야. 그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간신히 억누른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몸을 굳힌 채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이 꽤 귀엽다.

"배고파."

밥 줘. 툭하니 내뱉곤 의자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멍하니 서 있다가 알았다며 냉장고를 열었다. 저녀석은 바보니까, 이렇게 다른 대화로 말을 돌리면 금방 잊어버릴 거다. 그래. 지금도 저렇게 웃으면서 뭐가 먹고싶냐고 물어오잖아. 괜찮아.

"비엔나."

문어 모양으로. 곧 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를 한다. 집에 비엔나 소시지가 있던 모양이지. 가만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아까 가져간 셔츠, 안 가져왔다. 누가 발견하면 어쩌지. 크기로보나 상태로보나 카라마츠 거라고 생각 할 탠데. 쥬시마츠는 코가 좋으니까 금방 눈치 챌 거야. 다시 가지러가진 못하지만.
속으로 한숨을 내쉬곤 다시 카라마츠를 바라봤다. 앞치마가 없어 아쉽지만 요리하는 모습이 예쁘다. 당장 끌어안고싶다. 손이 근질거린다. 아직은 안돼. 조금만 참아.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좋다. 그대는 모르겠지. 그대를 향한 나의 욕망을. 추악하고 더러운 이 집착을. 몰라도 좋아. 아니, 몰랐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에게 알려줄 수 있게. 그대가 나에게 겁을 먹고, 도망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다됐어!"

그대의 환한 웃음을 나혼자 독점하기 위해.